송진민(법무법인 맥 변호사)

송진민 법무법인 맥 변호사

법원에 제기하는 소송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분류하면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형벌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형사소송, 개인 간의 분쟁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민사소송, 행정청의 처분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행정소송이 그것이다.

당사자들이 법률에 따라 법원이 내린 모든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우월적 지위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행정청은 법원의 판단을 더욱 존중해야 한다. 공권력의 행사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제한을 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권력의 행사 역시도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국민의 권리·의무에 제한을 가하는 형태의 공권력의 행사는 대부분 ‘처분’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처분은 발효와 동시에 집행되고, 처분의 상대방이 처분의 효력을 상실시키거나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판결절차는 그 속성상 상당한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종국적으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이미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소송법은 집행정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집행정지는 처분의 상대방이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 처분의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해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처분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을 정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집행정지는 행정소송에서 상대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행정소송이 현실적인 문제해결방법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구제제도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는 경우 행정청으로서는 그 결정에 따라 신속히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여야 마땅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최근 용산 집무실 시위와 관련한 경찰의 공권력 행사 방식은 매우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가 용산 집무실 이전을 첫 국정과제로 삼음에 따라 경찰은 일찍부터 용산 집무실 울타리 기준 100m 내 집회·시위를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용산 집무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3호에 기재된 ‘대통령 관저’에 해당한다고 경찰이 유권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 시민단체가 용산역 광장에서 집회한 뒤 이태원 광장까지 행진하겠다며 집회를 신고하자, 경찰은 위와 같은 방침에 따라 불허처분을 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문언적 의미 등을 고려하여 용산 집무실이 ‘대통령 관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경찰의 유권해석과 정반대되는 입장에서 시민단체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는 내용의 결정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위와 같은 법원의 집행정지결정에도 불구하고 본안소송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용산 집무실 근처 집회·시위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경찰의 방침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신고자들의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적인 태도로, 우려스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경찰의 입장대로 본안소송에서 집행정지 결정과 다른 내용의 판단이 나올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본안소송에서 결론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경찰의 기조는 행정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집행정지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에 불과하며, 설사 본안소송에서 경찰이 승소한다 하더라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일부 언론은 경찰이 새 정부의 눈치를 보기 위해 선제적으로 집회·시위를 금지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경찰은 위와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용산 집무실 근처에서 집회가 계속되면 주변 교통 체증과 소음 등 시민 불편이 크고 대통령실 안전도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의견을 불식시키고 국민들에게 경찰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공권력의 행사는 언제나 적법절차에 의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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