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전력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작년에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대정전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텍사스주는 겨울철에도 기온이 영상권에 머무르는 따뜻한 지역이지만, 2021년 2월에는 이례적으로 불어닥친 한파로 기온이 영하 20℃까지 내려가면서 주요 발전소의 전력 생산에 차질이 생겨 대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미국 내에서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극한기상이 발생했을 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과 한파를 초래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더더욱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두 가지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점차 위기로 치닫는 기후의 복원력을 완전히 잃지 않으려면 화석연료를 줄이고 청정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를 주력 에너지원으로 삼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바로 재생에너지의 숙명과도 같은 변동성의 문제다. 날씨에 따라 급변하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오히려 전력계통에 불안정을 초래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발전량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전량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변동성 대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햇빛과 바람을 원료로 삼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상세화된 기상정보가 필수적이다. 이에, 기상청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상기후서비스 시범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는 현장 기상관측자료, 기상위성, 수치모델, 인공지능을 융합하여 발전단지 맞춤형 기상기술을 개발하고 호남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2곳의 발전량 예측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발전단지에 최적화된 기상서비스를 활용하면 발전소는 발전량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여 수익을 확대할 수 있고, 전력거래소에서는 전력계통 운영에 재생에너지를 더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발전량 예측의 오차를 줄여나가는 것은 전력계통에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 기상 분야와 에너지 분야가 더욱 활발히 소통하여 기상서비스가 재생에너지에 가치를 더하고 청정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에 동력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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