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헌(선한병원 의학박사)

정성헌 선한병원 의학박사

우리 역사 5,000년 간 요즘처럼 우리의 문화가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든가? 아무튼 틈나면 들려오는 K-culture가 세계를 누비는 소식에 즐겁기만 하다. 라오스에 간 적이 있다. 중학생 아이가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길래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거짓말 하지 말란다. 한국 사람은 나처럼 생기지 않았단다. 한국인은 모두 한류스타들처럼 생긴 줄 안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처럼 생긴 사람은 한국인이 될 자격이 없는 건가?

문화한류와 함께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한식이다. 한식의 조리 방식에는 슬픔과 애잔함이 있다. 제한된 식재료를 가지고 여럿이 나누어 먹어야 했던 흔적이 배어있다. 그래서 한식에는 음식의 양을 불려야 했던 아픔이 그대로 배어 있다. 무를 먹고 그 잎을 버리지 않고 말려서 시래기를 만들어 가지고 음식의 양를 불리는데 사용했다. 설렁탕과 곰탕은 한정된 고기로 온 마을 사람들이 고기맛을 봐야 하므로 뼈나 고기를 오랜시간 끓여내어 거기다 밥을 말아 먹어야 했다. 무침 요리가 많은 것도 제한된 고기에 채소를 듬뿍 넣어 그양을 불려야 했던 것이다. 양반님들은 고기를 먹을 때 서민들은 머리살을 발라서 조각난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어야 했으므로 돌로 눌러 편육을 만들어 먹었다. 소든 돼지든, 아니면 닭이든 짐승을 잡으면 발이나 꼬리에 붙은 살까지 남김없이 먹었다. 심지어는 그 뼈까지 고아서 국물을 내어 먹었다. 한국 식단에 유달리 많은 나물 요리는 무엇을 의미 하는가? 들이나 산에 나는 풀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어야 했다. 바다에 나는 풀을 먹는 나라는 많지 않다. 미역, 다시마는 물론이고 파래, 청각, 톳까지 바다에 나는 풀들도 우린 모두 식재료로 사용했다. 왜? 그만큼 먹을 것이 없었으니까.

세계인들의 주식은 밀과 쌀, 그리고 옥수수다. 인류는 거기서 섭취 열량의 60%를 섭취한다. 70억명을 먹이기 위해서 인류의 식재료는 단순화의 길을 걸어왔다. 영양 섭취보다는 칼로리 섭취에 촛점이 맞추어졌다. 식품은 보관과 이동, 그리고 조리의 편리함을 위해 변형되고 가공되었다. 반복된 농경은 지력을 소진하여 영양적으로 가치가 떨어진 농작물을 생산해 내었다. 부피는 커지고 수확량은 늘었지만 잔뜩 비만에 걸린 농작물만 양산되었다. 지방 식품 속의 오메가-3와 오메가-6는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심하게 불균형을 이루었다. 당분은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화학 조미료와 먹음직하게 보이려는 색소들은 과다하게 남용되고 있다. 오랜 보관을 위해 사용되는 방부제들, 그리고 포장 용기들은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채 사용되고 있다. 대량으로 사육되는 가축들에게 사용되는 약물들과 불량한 사료속에 든 성분들은 가축의 고기속에서 그대로 우리몸으로 들어 온다. 이러한 식품들로 인하여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혼란스럽다. 가령 곡류에 들어있는 글루텐은 잘게 쪼개지지 않아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은 이 단백질을 세균으로 오인해서 폭발적인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병원의 기존의 검사 방식으로는 찾아내기 힘든 증상들을 만들어 낸다. 환자들은 답답하다. 내몸은 힘들어 죽겠는데 의사들은 피검사 몇가지 해보고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도대체 무얼 먹어야 할까?

한국인은 통계적으로 채소 섭취비율이 그 어느 나라 보다도 높다. 발효 음식의 섭취 비율도 매우 높은 편이다. 한정식 12첩 반상을 받아 보라. 우리 주변의 다양한 식재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놓았다. 한식의 장점은 그 다양성이다. 인류는 원래 다양하게 먹도록 진화되어 왔다. 소처럼 풀이나 건초더미만를 먹고는 버티지 못한다. 비타민 C만 제대로 먹지 않아도 괴혈병에 걸린다. 비타민 B12 섭취가 적으면 빈혈이 생긴다. 마그네슘이나 비타민 D가 부족해도 여러 호르몬 대사에 문제가 생긴다. 한식은 주식이 있고 반찬이 있다. 반찬을 통해서 주식에서 부족한 다양한 영양소의 공급이 가능하다. 과거 가난했던 우리의 음식은 식이섬유를 많이 먹어야 했다. 이 식이섬유가 우리의 장속에서 유익균들과 만나면 SCFA(short chain fatty acid)라는 자연계에서 가장 치유력이 뛰어난 물질들이 만들어 진다. 고기가 적었던 우리는 백숙, 혹은 수육이라는 독특한 조리방법을 만들어 냈다. 고기는 직화구이 보다는 서서히 오랜 시간 익혀 먹는 것이 가장 지혜롭게 먹는 방식이다. 나물에는 수많은 항산화 물질들과 항암물질들이 들어 있다. 된장을 대표로 하는 발효음식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처럼 콩을 많이 먹는 민족은 많지 않다. 콩은 원래 가축들에게나 주는 식물이었다. 우리는 이것을 두부와 같이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 먹는다. 콩에는 가장 완벽한 식물성 단백질들이 들어 있다. 게다가 이것을 발효시키면 혈관을 청소해 주는 물질들이 만들어 진다. 걷절이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공급해주는 최고의 샐러드다. 참기름과 들기름에는 오리브유보다 훨씬 많은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그옛날 가난했던 우리의 식단은 지금 최고의 건강식으로 재조명 되고 있다. 이러한 건강 식문화를 남겨주신 조상님들께 감사해야 할까? 가슴 아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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