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규(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임명규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일상 회복이 진행 중이다. 마스크와 소독제를 완전히 멀리할 수는 없지만, 약속과 모임을 잡는 부담감은 확실히 줄었다. 세계적으로도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 관한 담론이 활발하다. 최근에는 뉴노멀(New Normal)이란 말이 자주 언급된다. 팬데믹 이후 발생한 ‘새로운 질서’를 뜻한다는데, 직역하면 ‘새로운 정상(正常)’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정상. 직관적으로는 알 것 같으나 사실 불분명한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도 그렇다. 이 이름을 딴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있지만 여전히 학계는 저 개념을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4차 산업혁명과 뉴노멀의 외침 속에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으니 이를 ‘준비’하자”는 식의 암묵적인 선언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새로운 것인가?

코로나19가 청년의 삶을 뒤흔들었다. 유엔과 국제노동기구 등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는 전 세계 청년 세대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특히 청년 중에서도 20대 초반, 여성, 저임금, 저학력, 불안정 노동에 속한 집단에 그 피해가 집중되었다. 실제 한국 자살률 통계를 보면, 2020년 자살률이 두드러지게 높아진 집단이 20대 여성이었다. 2020년 20대 여성의 자살률은 2019년에 비해 16%나 늘었다. 이는 자살률이 가장 높은 70대 남성 자살률이 동일 기간 13% 감소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이다. 너무 극단적인 사례인가?

2020년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서울시 청년의 30%가 실업을 경험했으며 56%가 소득 기회의 감소, 구직 관련 비용의 증가, 직업훈련과 자격증 시험과 같은 구직 준비 기회의 감소 등 구직과정에서 부정적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 감소, 일상적 불안, 외로움, 가족 등 동거인과 갈등, 생활비 부담 증가, 실업 또는 폐업 우려 증가 등의 부정적인 생활 변화를 느낀다고 응답한 경우가 유형별로 최대 71%에 이르기도 한다. 광주도 다르지 않다.

2021년 광주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 청년의 36%가 코로나19로 인해 소득 감소를 경험했으며 24%는 실직을 경험했다. 또한 부채가 29% 증가했으며, 코로나블루를 경험한 청년은 50%에 달한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청년도 13%에 달한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면 고졸 청년의 상황이 특히 좋지 않았다. 실직 경험, 소득변화, 사채 대출 이용, 고독감과 현실 적응의 어려움 등의 수치가 매우 나쁘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적 있다는 청년의 평균(13%)에 비해 고졸 청년은 20%를 넘는다.

코로나19가 잠잠해졌으니 안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지난해 유럽의 100여 개가 넘는 청년단체를 대표하는 유럽청년포럼(The European Youth Forum)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청년에게 미친 팬데믹 피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고 감염병을 넘어 지속할 것이라고 한다. 곧 코로나19의 종식과 상관없이 청년의 피해는 장기화될 것이다. 실제 유럽연합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전의 청년 실업률을 다시 회복하는데 5년 이상이 걸렸다고 밝히고 있다. 팬데믹 상처(the pandemic scar)는 생애 전반에 걸쳐 작지만 광범위하게 미칠 것이다.

코로나19는 하나의 수학 공식처럼 그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 그 사회가 보려고 하지 않았던 고리부터 파고들었다. 아래서부터 물이 차듯 그 피해는 사회의 가장 낮은 곳, 낮은 자리부터 차오른 것이다. 코로나19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해결하지 않은 사회적 과제가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증폭된 것이다. 이런 상황만 단순하게 보면 뉴노멀이란 새로운 미래의 도래보다는 하찮게 여겨온 과거의 역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억압된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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