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민(법무법인 맥 변호사)

송진민 법무법인 맥 변호사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대화주제는 단언컨대 ‘투자’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투자는 자본의 여유가 있는 4, 5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은퇴한 노년, 어린 학생들도 모이기만 하면 투자 얘기를 하기 일쑤다. 때로는 내가 얻은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새로운 투자수단을 제안하기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투자 삼매경이다.

최근 투자 열풍이 거세진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투자수단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투자라고 하면 예·적금으로 열심히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이른바 ‘우량주’를 매입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현재는 부동산이나 주식같은 전통적인 투자수단을 비롯해 가상화폐, 미술품투자, 저작권투자, 리츠(REITs) 등 다양하고 신선한 투자수단이 등장하거나 주목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옆 부서 김대리가 가상화폐에 투자해 큰 돈을 벌고 회사를 퇴사했다는 등 투자를 통해 돈을 벌었다는 정보가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붙이면서, 모두가 앞다투어 투자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새로 주목받는 다양한 투자수단 중에서도 최고의 히트작은 역시나 ‘가상화폐’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화폐 시장 규모가 55조원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가상화폐는 이미 대중적인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상화폐에 관한 다양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이는 법조계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A는 투자회사를 설립하여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비트코인을 모집했다. 이후 투자회사의 운영과정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떨어지게 되자, 투자회사의 다른 임원들을 속여 자신의 계좌로 투자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대부분을 이체했다. 검사는 A가 투자회사의 다른 임원들을 기망하여 A의 단독명의 계좌로 비트코인을 이체하도록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면서 A를 사기죄로 기소하였고, 대법원은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면서 A에 대한 사기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위 판시내용에 따르면 마치 대법원이 가상화폐를 일반적인 자산과 동일 내지 유사한 것으로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가상화폐와 일반적인 자산을 명확히 구분하는 판단을 하기도 했다.

B는 알 수 없는 경위로 자신이 이용하던 거래소의 가상지갑으로 199.999비트코인이 이체되자, 위 비트코인을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이체했다. 대법원은 자신의 은행계좌로 착오송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는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으므로, 마찬가지 논지에서 검사는 B를 횡령죄로 기소했다. 원심은 종전 대법원의 입장에 따라 B에 대한 횡령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A에 대한 판결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상화폐가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고, 최근 B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위와 같은 판시내용에 따르면 결국 대법원은 가상화폐를 “재산상 가치는 있으나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법원은 가상화폐가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고, 작년에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계기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검찰이 몰수했던 비트코인을 매각해 국고에 귀속시키기도 했다.

가상화폐에 관한 법조계의 논의는 대부분 형사절차에 관해 이루어져 왔는데, 최근에는 가상화폐의 민사강제집행에 관한 논의까지 이루어지는 등 민사절차까지 그 논의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대법원의 판결은 법률해석에 있어 가이드라인이 되므로, 비트코인의 법률적 의미가 궁금하다면 앞으로 선고될 대법원 판결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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