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뭐라! 어서 썩 나가거라!”

어린 기생 청아의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단정(斷定)하는 말을 들은 정사또가 버럭 화를 내며 그녀를 사정없이 내쳐 버렸다.

“아이구! 사또 나리! 잘못했사옵니다!”

어린 기생 청아가 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말했다.

“물러가라! 듣기 싫다!”

정사또가 다시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어린 기생 청아가 일어나 절을 하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어찌하여 술 한잔을 편히 마실 수가 없단 말이냐!”

정사또가 술병을 들고 빈 잔을 채워 술을 마시면서 혼잣소리를 했다. 그사이 예향옥의 늙은 주모가 쏜살같이 정사또의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무릎을 꿇고 벌벌 떨며 말했다.

“사또 나리! 어린 애의 교육을 잘못시켜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소녀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아니다! 아니다! 어서 일어나라! 일어나서 여기 빈 술잔이나 채우시게!”

정사또가 늙은 주모에게 말했다. 날벼락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늙은 주모가 정사또가 의외의 말을 하자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아니옵니다! 사또 나리!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

“어허! 별것도 아닌 것을 아서 일어나 이 빈 술잔을 가득 채우거라!”

정사또가 빈 술잔을 들고 말했다. 늙은 주모가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 일어나 무릎을 꿇고 술병을 들더니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술잔을 채웠다.

“청아라! 오늘 좋은 구경을 했구나! 늙은 여편네야! 어서 술을 부어라!”

정사또가 말하며 늙은 주모가 부어주는 술을 연거푸 마셔댔다. 취기가 가득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챘을 것인데도 정사또의 술 마시기는 그치지 않았다. 그날 밤 정사또는 예향옥을 나와 다른 기생이 있는 술집을 세 곳이나 더 들락거리며 술을 마셔댔다. 그런데도 정사또는 기생들의 몸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데다가 술을 마시고는 술값도 두둑하게 주고 나오는 것이었다. 정말 예향옥의 어린 기생 청아의 말처럼 정사또의 가슴 속에는 말하지 못할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몇 차례를 돌아 술을 마신 정사또는 말을 타고 관아 안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을 만큼 폭음대취(暴飮大醉)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놈아!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구나!”

정사또가 간신히 말 등에 올라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마부에게 소리쳤다.

“아이구! 사또 나리,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입니다. 소인이 관아에 가서 가마를 대령하겠사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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