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마부가 벌벌 떨며 말했다.

“허허! 이놈아! 어차피 사람이 태어났으면 반드시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인즉, 저곳에서 이곳으로 몸을 입고 빠져나오는 것을 태어나 사는 것이라 하는 것이라면, 몸을 벗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죽음이라고 하는 것이거늘 무어 그까짓 것을 그리 두려워할 것이 있단 말이냐!”

정사또가 싱겁다는 듯 말했다.

“아이고! 그래도 소인은 죽음이 두렵습니다요!”

마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 참! 고놈 겁도 많구나! 이다음에 너 죽을 때 어떻게 죽으려고 그러느냐?”

정사또가 다시금 말 등 위에서 앞뒤로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말했다.

“아이고! 사또 나리! 그때는 두 눈 찔끔 감고 죽어야 하겠지요!”

마부가 덜거덩거리는 방울이 울리는 말의 고삐를 질끈 잡아끌며 말했다.

“허허허! 이놈아! 눈을 감는다고 두려움이 어디 간다더냐!”

정사또가 말했다.

“안 보면 무섭지 않겠지요! 사또 나리!”

마부가 깜깜한 밤길을 앞서가며 말했다.

“에잇! 바보 같은 놈! 호랑이가 눈앞에서 어흥! 하고 입을 떡 벌리고 달려드는데 눈만 감으면 다 되는 줄 아는 놈이로구나! 멍충이! 바보 놈아! 너 보아하니, 오늘 아침 장길에 종이 짐 지게 지고 가다가 그 지게 한길에 받쳐두고 멀리 오줌 누러 갔다가 종이 짐 지게 잃어버린 그 늙은 중하고 똑같은 놈이로구나!”

정사또가 오정에 관가에 왔던 늙은 스님이 생각이 나는지 말했다.

“아이고! 사또 나리! 소변이 급한데 종이 지게고 나발이고 아무 데나 받쳐두고 우선 싸야지요!”

마부가 불쑥 말했다.

“허허! 이놈 참! 바보로구나! 지게 짐을 지고 가서 그것을 받쳐두고 그 아래다가 소변을 봐야지! 한 길가에 받쳐두고 사람 없는 곳으로 멀찍이 가서 소변을 보고 왔으니 날쌘 도적놈이 그때를 노려 짊어지고 달아난 게 아니냐! 더구나 스님의 아래 거시기는 오줌 누는 것밖에는 세간에는 쓰잘 데가 전혀 없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니, 혹여 옆집 어여쁜 새댁이 장길을 가다가 좀 본다고 해도 제 서방의 밤 물건과는 구분이 많이 헷갈릴 것인데 요령(要領) 없이 늙은 중의 그게 무슨 소중한 물건이라고 그리 멀리까지 가서 감추고 소변을 보다가 도둑질을 당했단 말이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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