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정사또가 핀잔을 하며 말했다.

“아이고! 사또 나리! 소인, 듣고 보니 참 그렇군요! 그런 좋은 수가 있었는데!……”

마부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장구치며 말했다.

“또한, 늙은 중의 오줌 뿜어대는 가운데 그것을 보고 어여쁜 새댁이 얼굴이 화들짝 달아올랐다손 치더라도 그게 무어 대수란 말이냐! 비실비실 밤일도 잘못하는 서방 놈을 두었다면 그것을 들여다봄으로써 열반삼매경(涅槃三昧境)을 찰나에 증득(證得)하고 ‘아아악!’ 하고 한 길가에 서서 두 눈을 가리고 홍당무가 되어 선 비명을 지른다면 그 이상 훌륭한 노상방뇨(路上放尿) 육도법문(肉道法門)이 없을 것이거늘! 하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늙은 그것을 감추겠다고 종이 지게 짐을 한길 가에 두고 은밀한 곳을 찾았으니 도적놈더러 어서 그 지게 짐을 짊어지고 달아나시오! 하고 소리친 것이나 무에 다르단 말이냐! 사람이란 모름지기 여러 상황을 잘 생각해 보고 수를 두어야 하느니라! 자기가 잘못을 해서 종이 지게를 잃어버리고는 이 술주정뱅이 능력 없는 사또에게 해결을 해달라 하니, 내가 신(神)도 아니고 이를 어찌한단 말이냐! 그러니 이렇게 미치광이가 되도록 술이나 퍼마실 밖에!……”

정사또가 말 등 위에서 크게 휘청거리며 주저리주저리 읊어 댔다.

“암요! 사또 나리! 듣고 보니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네요!”

마부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마침 마부는 캄캄한 밤길을 겨우 헤쳐 걸어 호랑이가 나온다는 거멍골 음산한 산 고개를 터벅터벅 넘어가는 순간이었는데 말 등위에 앉은 사또가 벽력같이 소리쳤다.

“이놈아! 그깟 나 듣기 좋아라고 하는 그따위 달콤한 잔말 말고, 이제 그 늙은 중의 종이 지게 훔쳐 간 고 도둑놈을 잡아야지 않겠느냐?”

정사또가 말 등위에서 갑자기 소리를 치며 말했다.

“아이고! 사또 나리! 무슨 수로 그 도적놈을 잡는다고 하시나요? 이미 잘 팔아 삼켜 버렸을 그 종이 지게를 무슨 수로 찾아요? 사또 나리께서 그 도적놈을 잡으신다면 소인의 손에 장을 짓겠습니다요!”

마부가 말고삐를 끌며 엉겁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어허라! 이놈 봐라! 그 도적놈을 잡으면 손가락에 장을 짓겠다! 그 말이 사실이렷다! 좋다! 열 손가락이냐? 한 손가락이냐? 거짓 없이 말하거라!”

정사또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근엄하게 어둠 속의 마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이고! 사또 나리! 귀신도 잡지 못할 그 도적놈을 어찌 잡아요! 만약에 그 도둑놈을 잡는다면 소인, 열 손가락에 다 장을 짓겠습니다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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