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마부가 자신 있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허허! 그래! 열 손가락에 장을 짓겠다! 그런데 너 좀 달리 생각을 해 보거라! 내가 세상을 살면서 보니 분명하다고 단언(斷言)하는 것이 나중에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경우가 참 많으니라!”

정사또가 조용히 말했다.

“아이구! 사또 나리! 절대로 그 도둑놈을 잡을 수가 없다고 말 하셨지 않나요? 소인이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그 종이 지게 지고 간 도둑놈을 잡기는 참 어려울 것 같은데요!”

마부가 소리 높여 말했다.

“으음! 세상사란 아무리 확신이 들더라도 어리석은 자가 아니고서야 절대로 목숨을 걸고서까지 확언하는 것이 아니니라! 그런데 너는 종이 지게 짐을 도둑질해 간 그 도둑놈을 도무지 잡을 수가 없다고 확언을 하면서 열 손가락에 장을 짓겠다고 하니 무모한 것이 아니냐?”

정사또가 건들건들 말 등위에서 흔들거리며 말했다.

“사또 나리! 아! 그런가요? 소인은 절대로 그 종이 지게 짐을 지고 간 그 도둑놈은 잡을 수가 없다고 생각되어 그리하였습니다요!”

마부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 마부의 대답은 따져볼 필요도 없이 너무도 확연한 것이었다. 장길에 종이 지게 짐을 지고 가다가 그 지게를 한길 가에 받쳐두고 오줌을 누러 갔다 온 사이 그 지게를 짊어지고 달아났으니 귀신이 아닌 이상 그 누구라서 그 종이 지게 짐을 찾을 수가 있다고 하겠는가? 아마도 종이 지게를 훔쳐 간 그 도적놈은 장에 가서 그 종이를 누군가에게 모조리 팔아넘겨 버리지 않았겠는가! 이미 사라져 버린 그 종이 지게 짐을 도둑질해 간 그 도둑놈을 잡는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일찍이 포기하고 마음 달리 먹고 운수가 나빠 이런 불행한 일을 당했다고 자조(自照)하며 인내고통(忍耐苦痛) 하면서 조용히 안심수양(安心修養)을 하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어떻게 보면 마부의 대답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현명하구나! 비록 말고삐를 잡고는 산다마는 세상의 이치를 계산할 머리는 된다 이것이로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이렇게 술주정뱅이가 되었다마는 그렇다면 네가 생각하는 세상사에는 우연이라는 것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겠고, 또한 후회할 일도 없겠구나?”

정사또가 지나가는 말로 은근하게 툭 던졌다.

“아이고! 사또 나리! 소인에게는 절대로 우연이란 것은 없었습니다요! 그것을 기대하면 절대로 아니 됩니다요!”

마부가 으슥한 거멍골 골짜기 아래로 좁게 뚫린 마을 입구로 갈린 삼거리 길을 지나며 말했다.

“이놈아! 저기 종이 지게 짐을 훔쳐 간 도둑놈이 있다! 어서! 저! 도둑놈을 쫓아가 잡아라!”

그때 말 등위에 앉은 정사또가 무엇을 보았는지 대뜸 벽력같이 소리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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