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허억! 사또 나리! 그 도둑놈이 어디에 있는가요?”

마부가 깜짝 놀라 소리치며 어두컴컴한 앞을 눈을 뚝 뜨고 두리번거렸다.

“이놈아! 저기 있지 않느냐!”

정사또가 앞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이고! 사또 나리! 소인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걸요?”

마부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소리쳤다.

“이놈아! 도둑놈이 저기 있지 않느냐! 달아나기 전에 어서 가서 붙잡아라!”

정사또가 눈앞의 허공중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마부가 아무리 앞을 휘둘러 보아도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없었다. 아무래도 정사또가 술에 만취해 자꾸 헛것을 보고 늙은 중의 종이 지게 짐을 지고 달아난 도둑놈이라고 헛소리를 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아이고! 사또 나리! 제 눈에 사람이라고는 씨도 보이지 않습니다요! 술에 취해 헛것을 보신 것이 분명 하십니다요! 정신 차리시고 자세히 보십시오! 이곳에는 사또 나리와 저 둘밖에 아무도 없습니다요!”

마부가 정사또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허허! 이놈아! 도둑놈이 바로 눈앞에 있거늘 보이지 않는다고 거짓이라고 말을 하느냐? 이놈이 열 손가락에 장을 짓기가 두려워 도둑놈을 붙잡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니 네놈부터 붙잡아다 곤장을 때리고 주리를 틀어야겠구나! 고얀놈!”

정사또가 마부를 내려다보며 호령했다.

“아이고! 아닙니다요! 사또 나리! 제 눈에는 도무지 도둑놈이 보이지 않사옵니다! 도둑놈이 있다면 제 목숨을 버려서라도 붙잡겠습니다요!”

마부가 털썩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저기를 보거라! 저기 도적놈이 저기 서 있지를 않느냐? 어서 가서 붙잡아라!”

정사또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정사또의 그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거멍골 마을 가는 길가에 세워둔 목장승이 어둠 속에 덜렁 서 있는 것이었다.

“아이고! 사또 나리! 저것은 도둑놈이 아니라 거멍골 마을 입구로 가는 길가에 나무로 깎아 세워둔 목장승이 아닙니까요! 저기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라고 써진 글씨도 분명하지 않습니까요?”

“어허! 이놈아! 잔말 마라! 네놈 눈에는 목장승일지 모르나 내 눈에는 오늘 오전 장길에서 필시 늙은 중의 종이 지게 짐을 짊어지고 달아난 도둑놈이 분명하다. 어서 저놈을 쫓아가서 붙잡아라! 관아로 압송(押送)해야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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