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남도일보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정희윤 남도일보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정희윤 남도일보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지난달 29일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여성 연극배우에게 자행된 성폭행이 폭로되면서 지역 연극계가 발칵 뒤집혔다.

광주 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 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피해 여성들을 대신해 지역 내 유력 극단의 연출가와 대표 등이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 촉구와 함께 검찰 고발을 예고했다.

같은 날 광주연극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지역 대표성을 가진 단체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과 지난 10년간 이 같은 내용이 묻혀왔다는 사실에 안일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성찰을 한다”라면서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바로 이튿날,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회원 3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광주연극협회는 4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여성 단원 성폭력 의혹을 받는 극단 대표 등 회원 3명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신속한 대처였다.

하지만 광주연극협회의 발 빠른 대처에도 불구하고, 지역 일부 예술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라는 반응과 함께 그간 협회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과거에도 미투 운동이 일어났음에도 반성은 커녕 정황 감추기에 급급했던 침묵적 행동이 오늘날의 일을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연극계뿐 아니라 예술계의 성폭력 의혹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엄격한 상하관계와 도제식 교육 방법, 왜곡된 성 윤리 등으로 피해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쉬쉬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성폭력 등에 대한 은폐와 침묵은 피해자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파괴하는 폭력이자 범죄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의 부조리와 또 다른 가해자들에 대한 피해 등이 낱낱이 밝혀져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민주·인권·평화’, ‘예술의 도시’ 광주로서의 부끄럽지 않은 행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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