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낮 기온이 29℃인 여름날을 생각해보자. 누군가에게는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날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한 날일 수도 있다. 이렇듯 같은 날씨 조건에서도 대상과 분야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기상청에서는 동일한 기상 상황에서도 보건·농업·축산업 등의 분야에 따라 위험·재해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분야별로 분류하여 차별화된 기상정보와 미치는 영향을 전달하고 있다. 이를 영향예보라 한다.

지난 여름, 지속적인 폭염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하였다. 먼저, 축산 농가에서는 닭, 오리 등 가축이 폐사하였고, 농업 분야에서는 농작물의 생육 부진, 해충 발생으로 출하량이 감소하는 등의 피해가 나타났다. 또한 바다에는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남지역 양식장의 우럭, 넙치, 전복 등 양식어류들이 집단 폐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경제적 피해가 크게 발생하였다.

그렇다면 폭염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땠을까?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감시체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21년) 광주·전남 지역의 온열질환자는 총 142명 발생하였으며, 그 중 1명이 사망하였다. 온열질환자의 나이대는 60대, 50대, 40대 순으로 많았으며, 남자가 101명, 여자가 41명으로 외부활동이 많은 남자가 다수였다. 발생 장소로는 실외가 87.4%로 실외작업장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시간대로는 기온이 높아지는 11~13시에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27.4%)하였으며, 낮 기온이 가장 높을 때인 14~16시에 두 번째로 많이 발생(20.4%)하였다.

통계 수치를 보면, 특이한 점은 폭염주의보 기준(한낮 일최고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에 도달하기 전에도 온열질환자가 128명(90.1%)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체감온도 33도 미만일 때에도 관심이 필요하여 폭염 영향예보는 폭염주의보 기준인 일최고체감온도 33도보다 한 단계 낮춘 31도부터 관심단계가 발표된다. 관심단계는 온열질환 예방의 첫 신호인 셈이다.

영향예보는 지역 환경을 고려한 분야별 위험 수준과 구체적인 대응 요령까지 알려주고 있다. 동일한 기온이라도 시기, 폭염 누적일수 등에 따라 피해 수준은 분야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분야별 위험 및 영향 수준과 연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폭염 영향예보는 기상청 누리집‘날씨누리’와 ‘날씨 알리미’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보건 분야의 관심단계가 예상되기 전일 오전 11시 30분, 일 1회 제공된다.

또한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3대 수칙이 있다. 바로 물, 그늘, 휴식이다.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규칙적으로 마실 수 있도록 하고, 햇볕을 가리고 바람이 통하는 충분한 공간의 그늘이 있어야 하며 규칙적인 휴식 시간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올여름에는 국민들이 이 3대 수칙을 기억하고 폭염 영향예보를 잘 활용하여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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