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광주전남지회장·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김상철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광주전남지회장,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집권 여당이 바뀌었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의 삶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미래경제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물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서 의욕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체를 운영하고 있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출해야 할 경비는 나날이 늘어가고, 수익 창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크고 작은 정책들이 기관마다 앞다투어 발표되고 있다. 기술개발을 위한 R&D 지원사업부터 인력양성과 운영자금지원, 경영·기술컨설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절실한 당사자들은 현실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그들이 지원하는 기관과 지원내용을 잘 알지 못해서인 경우도 있지만 까다로운 신청조건과 평가 기준을 갖추지 못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의 이면에는 각종 지원제도를 놓치지 않고 다 챙겨서 받는 기업들도 있다. 일정 조건을 갖추고 기관마다 신청서를 접수해 모든 지원사업에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원사업의 결과에 따른 성과 평가를 핵심가치로 두고 있기에 일정한 성과를 달성한 기업들은 다양한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기업은 오히려 외면되는 한계를 지닌다. 즉 자신들의 애로사항을 스스로 해결하고 내부역량 강화를 통해 자발적으로 중장기전략을 수립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기업들은 지원받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여쭈었다. 제(齊)나라 왕이 정치에 대해 질문하자 선생님께서는 ‘재물을 절약해야 한다’라고 하셨는데, 노(魯)나라 왕이 정치에 대해 질문할 때에는 ‘신하를 잘 깨우쳐야 한다’라고 대답하시고, 또 섭공(葉公)이 정치에 대해 질문할 때에는 ‘가까운 사람을 즐겁게 하고 먼 사람을 오게 해야 한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질문은 같은데 왜 대답이 각기 다른 것입니까?’라고 물으니, 공자는 ‘각각 그들의 실정에 맞게 일러준 것이니라’라고 대답하였다.” 이 이야기는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에 따른 해결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처한 현실과 생존방식은 천차만별로 다르다. 그렇지만 그들은 2년여의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어렵고 지쳐서 한결같이 지원사업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조건과 성과만을 따지지 않고 미래지향성과 사업성을 분석하여 더욱 다양하고 현실성 있는 기준이 수립되어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지원정책의 수립과정이나 관련 법규, 조례 제정 등에 반드시 참여하여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현실에 기반하지 않는 이상은 잡을 수 없는 화려한 무지개로 끝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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