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민(법무법인 맥 변호사)

 

송진민 법무법인 맥 변호사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변호사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다. 2022년 6월 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천재 변호사의 성장 스토리로, 연일 최고시청률을 갱신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놀라운 점은 법조인이 대본을 쓴 것처럼 용어가 정확할 뿐만 아니라, 실제 소송 실무를 상당히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은 점은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하게 되는 계기, 바꿔 말해 ‘소송의 목적’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법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실무에서 소송을 제기하게 되는 계기는 이처럼 단순하지 않다.

드라마에 등장한 회장님처럼 상처받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변호사들을 닦달해 억지스러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들이 사랑하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승소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으로 소송을 제기하기거나, 경쟁업체의 거래처를 뺏어오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이다. 때문에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소송의 목적’이 다소 부당해보이거나 정의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소송을 제기한 사실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견지에서 보더라도, 최근 현실에서 제기된 소송에 관한 소식은 씁쓸함을 느끼게 만든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교 일부 재학생들은 교내에서 대학청소노동자의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집회와 시위를 진행해 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한데 이어, 시위로 자신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정신적 손해를 가했다는 취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실제 집회·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교내에 있던 학생이 느꼈을 불편함은 현장에 있던 학생들만 알 수 있고, 그 불편함이 수인한도를 넘어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르렀는가에 대한 판단 역시 그 집회·시위를 경험하지 않은 제3자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굳이 위 소송을 언급하는 까닭은 ‘소송의 목적’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의구심은 ‘문제제기의 방식’에 따른 것이다. 학생들은 왜 자신들의 학습권을 온전히 보장해주지 못한 학교를 상대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위를 주최한 민주노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선택했을까?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이 위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시위를 주도한 민주노총이 불법행위자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불법행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드는 두 번째 의구심은, ‘왜 하필 청소노동자의 시위로 인한 소음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시위 이전에도 재학생들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소음을 발생시키는 상황은 매우 많았을 것이다.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유세차량들이 선거운동기간 내내 발생시킨 소음이나, 대학교의 축제로 인한 소음, 극단적으로는 교내를 다니는 오토바이나 차량의 소음 역시 상당할 것이고, 교내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재학생들의 목소리 역시 누군가에게는 학습권을 방해하는 소음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재학생들이 처음으로 문제 삼은 소음은 ‘청소노동자들의 시위로 인한 소음’이었다.

마지막 의구심은 ‘왜 시위 참여자가 아니라 민주노총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의구심은 위 소송의 목적이 ‘대학생의 수업권 보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보수 지식인의 경고’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송을 제기한 사실만으로 당사자들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시급 440원을 인상하기 위해 생존권 투쟁에 나선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소송의 목적’을 더욱 의심하게 만들 뿐이므로,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법정 외 공격을 멈추고 법정에서의 변론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