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란(호남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채영란 호남대 교수

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방침이 발표되었다. 현행 만 6세인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2025년부터 4년간 단계적으로 만 5세로 낮춘다는 것이다. 정부는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면 교육 격차 해소로 사회적 양극화의 원인이 적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2012년부터 유아들에게 초등학교 입학 전 공정한 출발선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누리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 격차 해소가 목적이라면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 더불어 유아들의 발달단계와 교육을 함께 생각해 봤다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하기 보다 취학 전 유아교육 단계의 의무교육 확대 정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초등학교, 대학교 등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문제를 공론화나 해당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무조건 시행하겠다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정책 결정이라 생각된다.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였다. 학제 개편을 바꿀만한 동력과 시스템도 없이, 한마디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변화와 혁신을 꾀한다면 이는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다.

이대로 초등학교 입학이 만 5세로 앞당겨지면 우리가 직면할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명백하게 드러날 것이다. 만 5세 유아는 15~20분의 활동 시간에도 집중력을 흩트러 지는데 초등학교 40분 수업을 견뎌낼 수 있을까?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학업 스트레스에 지쳐서 오히려 학업을 포기하거나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학부모의 사교육비는 더욱 증가할 수 있다. 현행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종일제를 이용하면 학부모가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만 5세 자녀가 초등학교에 가면 방과 후 돌봄을 이용한다고 해도 시간적 경제적 문제가 많이 따를 것이다.

만 5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교사 수급에 대한 방안과 함께 교사 양성 체계에 대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만 5세는 유아 교사가 담당해야 하나 초등학교 조직체계 안에 초등교사, 유아 교사의 공존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또한 현행 유아 교사를 어떤 시스템으로 초등유아 교사, 유치원 유아 교사로 병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따른다.

이와 함께, 학제 개편 과정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한 학년에 약 40만 명 정도로 증가하는 것도 문제이다. 학교시설과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물론 빈 교실과 폐교가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역적 여건과 상황이 이용에 적절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법에 대한 고민과 함께 막대한 재정적 투입이 요구되는 데 이에 대한 방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더불어 개편이 완료되는 2029년부터는 취학하는 아동이 급감할 것이다. 증가와 감소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막대한 예산손실과 교원양성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만 5세 유아가 없어진다면 이들 기관에 대한 대안적 방안은 가능한 일인가? 저출산으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 폐원하는 원이 많은 현실에서 많은 수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학제 개편에 대한 발표는 성급한 결정이라고 본다. 오히려 현 정부에서 공약사항으로 제시한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유아교육현장과 수요자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먼저 이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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