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것을 바라보는 김영필과 천양현과 남구용은 이미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스무 대의 곤장을 얻어맞은 엉덩이는 벌겋게 부어올라 살갗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정사또 하는 말이 오늘 밤 저 셋을 모조리 죽여 저승사자에게 끌려가게 하고 말 것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시체를 넣는 관까지 가져다가 옆에 떡하니 두었으니 도무지 저 셋은 살아있는 목숨줄이라고 할 것이 없었다.

“본관 앞에서 거짓을 말하는 저놈들은 살려둘 가치가 전혀 없다. 하늘은 평등(平等)하게 모든 생명을 낸다고는 하나 또 상황에 따라 죽이는 것도 저 하늘이다. 가뭄이나 홍수 때는 죄 없는 숱한 생명도 죽여버린다. 그게 천지이치(天之理致)다! 그런데 하물며 약자를 핍박하고 거짓을 일삼고, 오직 제 욕심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자들은 그가 지닌 재주가 어떠하든 간에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간세(人間世)에서는 없애버려야만 하는 해독(害毒)일 뿐이다. 그런 자들을 가려 벌하고 세상을 화평(和平)하게 평정(平正)하라는 까닭으로 본관이 있는 것이다! 천명(天命)을 부여받은 본관은 오늘 저들을 벌하여 그 막중한 임무를 빈틈없이 수행(隨行)할 것이다! 머리가 있어도 진실을 생각할 줄 모르고, 입이 있어도 먹을 줄만 알면서 거짓을 말하고, 손발이 있어도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온갖 악행(惡行)에나 쓰는 자들은 인간세(人間世)에는 치명적(致命的)인 맹독(猛毒)이다! 더구나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할 줄 모르는 자는 어느 곳에도 쓸 곳이 없다! 여봐라! 저 김영필을 다시 형틀에 묶어라!”

정사또가 작정을 한 듯 그 셋을 바라보며 준엄(峻嚴)히 이르고는 호령했다.

“아! 아이고! 사또 나리! 잘못했습니다! 모모모……모 목!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모든 것을 진실로 말하겠습니다!”

그때까지 곤장을 맞고 죽은 듯이 땅바닥에 엎드려 있던 김영필이 펄쩍! 살아나 바닥을 기며 게거품을 물고 소리쳐 말했다. 정말로 정사또 하는 꼴이 이 셋을 죽여버릴 기세라는 것을 짐작이라도 한 것이었을까?

“좋다! 한점 거짓 없이 이실직고(以實直告)하면 정상을 참작해볼 것이다! 어서 진실을 말하라!”

정사또가 김영필을 매가 먹이 노리듯 노려보며 말했다. 정사또는 인간세의 온갖 흉악(凶惡)한 잡술(雜術)이나 익히고 살아온 짐승만도 못한 밑바닥 악인잡배(惡人雜輩)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익히 잘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예! 예! 사사사! 사또 나리! 사실은 그날 장길을 셋이 가는데 마침 앞에서 지게 짐을 지고 가던 늙은 중이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지게 짐을 길가에 작대기를 받쳐두고 급히 밭 자락 큰 나무 뒤로 헐레벌떡 뛰어가는 것이었지요.” <계속>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