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헌(선한병원 의학박사)

정성헌 선한병원 의학박사

우리는 단일 생명체가 아니다. 약 100조의 세포들이 모여 이루어진 복합 생명체다. 우리 몸에서 이 많은 세포들을 일사불하게 지휘하고 통제하는 것이 신경이다. 이러한 신경의 대부분은 우리의 의식이 통제하지 못한다. 즉 스스로 알아서 움직인다. 가령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는 위장에게 움직이라거나 위산을 분비하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더우면 땀을 흘리고 추우면 소름이 돋아 체온을 보존하듯이 우리 몸의 대부분 기능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알아서 통제된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심장에게 아무리 진정하라고 말해도 심장이 말을 듣지 않는 것과 같다.

이렇게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는 신경들을 자율신경이라고 한다. 자율신경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다. 우리가 적에게 공격 받는다거나 격렬한 운동을 할 때 교감 신경이 작동한다. 반대로 쉬거나 잠을 자야 할때는 부교감신경이 작동을 한다. 우리의 건강은 이 두 시스템이 번갈아가며 상황에 맞게 작동할 때 건강이 지켜 진다. 원시시대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치자. 우리는 도망쳐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 몸은 혈압과 혈당을 올린다. 그런데 혈압과 혈당을 올려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우리 몸이 혈압과 혈당을 올리는 것이 고혈압이고 당뇨이다. 반면에 수면 장애는 무엇일까? 우리가 쉬거나 잠을 잘때는 부교감신경이 잘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잠자야 할 시간에도 우리 몸이 맹수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면 잠을 잘 수가 없다. 스트레스는 그런 것과 같다. 내일 자금 상황을 염려해야 하고, 직장 상사에게 잔소리 들을 것을 염려하고 있다면 맹수가 우글거리는 숲속을 작대기 하나들고 걷고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우리 몸은 작동한다.

이렇게 스스로 작동해주는 자율신경이 통제하는 중요한 시스템이 있다. 바로 면역 시스템이다. 피부는 외부세계와 우리 몸을 구분해 주는 중요한 방어벽이다. 그러나 입, 눈, 코 등과 같이 어쩔 수 없이 외부와 통해야 하는 곳들이 있고 이런 곳들을 통해 외부 침입자들이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때로는 모기같은 것들을 통해서 피부를 뚫고 들어오기도 한다. 우리의 먼 선조들때부터 만났던 침입자들은 이미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기억하고 이들을 물리친다. 아직 원천적인 기억 속에 없는 것들은 백신을 통해 면역세포들이 싸워야 할 상대를 알려준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면 외부에서 항생제나 항바이러스 제제와 같은 원군이 없어도 우리의 면역세포들은 이 침입자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면역 시스템은 이러한 외부 침입자 뿐만 아니라 암과 같이 내부에서 스스로 생기는 변이체에 대해서도 제거 작업을 한다. 우리는 보통 하루에 5천에서 1만개 정도의 암세포가 발생한다. 그래도 모두가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은 면역세포들이 이러한 암세포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역세포들을 힘나게 해주면 암도 치료될 수 있다. 암 치료 후 암이 재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의 핵심 역시 면역 시스템을 잘 관리하는 것에 있다. 이러한 면역 시스템은 자율 신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자율 신경의 기능을 확인해 보면 면역 기능의 건강한 정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의 면역세포들을 조사해 보면 그 활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율신경 기능, 즉 면역 기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간단하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교대로 적절히 활동하게 해주어야 한다. 너무 긴장된 생활도 너무 나태한 생활도 안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육체적 활동에 비해 정신적 긴장도가 너무 과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정신적 긴장도는 낮추고 신체 활동을 늘리면 된다. 수면 활동은 햇볕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해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자면 되는 거다. 먹는 일도 해가 떠 있을 때 주로 먹고 해가 지면 먹지 않으면 된다. 게다가 면역세포들이 필요로 하는 미세 영양소가 현대의 우리 먹거리에서 조금 부족한 상태이니 미세 영양소 섭취에 조금 관심을 기울여서 먹는 일에 신경을 쓰는 일도 중요해 졌다.

간혹 이러한 면역 세포들이 일을 안하는 경우도 있지만 면역세포들이 일을 잘못하는 경우도 많다. 공격해서는 안될 우리 몸을 적으로 잘못 인식하고 공격을 하는 경우로서 아토피, 알러지 등이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환경 호르몬들은 마치 우리 몸의 호르몬과 비슷하게 생겨서 면역세포들을 더욱 혼돈스럽게 한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면역 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중요하게 대두되었던 적이 없었다. 그러나 면역은 원래부터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다.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경쟁하고 생존 투쟁을 벌이면서 생존해 왔다. 거대 동물에서 단세포 동물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지켜나가는 무기를 발달시켜 왔고 그것이 면역이라는 아주 정교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면역 시스템에는 수십억년 생명 역사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 면역 시스템은 자율신경이라는 고도의 통제 체계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절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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