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전남지역 862개 학교 모니터링
“철거 일정공개 안전모니터링체계 마련해야”
전남서 여수지역학교 석면 건축물 가장 많아

석면 철거 작업 모습/장봉현 기자

전남지역 일선 학교 10곳 중 6곳이 발암물질이 포함된 석면 자재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있어 학생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여수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전남지역 학교 석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25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남지역 862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58%에 달하는 509개 학교에는 석면건축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급별로는 지역 고등학교 144개교 중 91개교(63.2%), 중학교 256개교 중 146개교(57%), 초등학교 462개교 중 272개교(58.9%)가 석면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이라고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설명했다.

특히 여수지역의 석면학교는 전남 도내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수지역 98개 초중고 가운데 61개 학교(62.2%)가 석면 건축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등학교 15개교 중 12개교(80%), 중학교 25개교 중 18개교(72%), 초등학교 58개교 중 31개교(53.4%)가 석면 건축물로 집계됐다.

유치원과 특수학교를 포함하면 석면 건축물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지역 1천378개 학교 중 44.8%인 617개교가 석면 건축물로 파악됐으며, 무석면학교는 761개교(55.2%)로 조사됐다.

석면은 불에 타지 않는 특성 때문에 건축자재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악성중피종암, 폐암, 후두암, 난소암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되면서 1980년대 북유럽에서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문제는 석면에 노출되면 10년~40년의 오랜 잠복기를 거친 후에 질병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청소년기의 일선학교 학생이 석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장기적으로 성인이 됐을 때 발병 가능성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석면 철거 과정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모든 학교의 석면을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전남지역도 석면학교 가운데 올 여름방학에 24개교, 겨울방학에 17개교가 석면 철거를 진행 중이거나 철거할 계획을 잡아두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가장 최근에 진행된 지난해 겨울방학 때 석면 철거를 한 학교의 경우 아직도 석면 잔재물이 남아있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올해 진행하는 철거 작업도 안전하게 철거할 준비와 이를 감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모니터링이 축소돼 감시기능이 약화됐고, 감시망이 느슨한 틈을 타 마구잡이식 철거가 이뤄질 경우 노출된 석면 물질로 인해 학생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 단체는 ▲학부모·환경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감시체계 구축 ▲학교 내 석면 건축물 부분 철거 대신 한 번에 철거 ▲향후 5년 동안의 방학 중 석면 철거 대상학교와 일정 공개 ▲교육청별, 학교별 석면 안전감시망(모니터링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환경성 석면노출로 인한 피해 인정자가 6천240명에 달한다”며 “석면 학교도 문제지만 석면 철거 과정에서 안전기준이 지켜지지 않으면 오히려 학교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학생과 교직원의 석면 노출 문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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