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민(법무법인 맥 변호사)

송진민 법무법인 맥 변호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집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부동산이 비싸도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 광주광역시 아파트 중위가격은 1㎡ 당 313만 원으로, 광주광역시에서 아파트 1평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평균 1천33만 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은 상당한 금전적 여유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사회초년생들과 같이 일시에 부동산을 사들이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전세나 월세를 통해 거처를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세 계약은 전 세계 국가 중 사실상 대한민국에서만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특수한 계약 형태로, 전세권자가 전세금을 전세목적물의 소유자에게 예탁하는 대신 전세목적물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형태의 계약을 말한다. 쉽게 말해 전세권자가 전세목적물을 사용하는 대신 소유자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대한민국에서 전세 계약은 부동산을 이용한 사금융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전세 계약이 아무런 문제 없이 운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첫 번째로는 전세권자에게 전세금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로는 전세 계약 종료 후에 전세권자가 소유자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전세 계약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최근까지 위의 조건들이 잘 충족되어 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 취약계층을 상대로 전세금 지원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온 데다가,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제도적 뒷받침도 적절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전세 제도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목적물을 처분해도 전세금을 담보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 전세’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세금은 부동산 매매가격의 약 65% 내외로 결정된다. 그런데 전세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부동산의 소유권자가 부동산의 매매가격을 속여 전세가율을 높게 설정하면,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를 초과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깡통 전세’라고 한다.

‘깡통 전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피해자가 대부분 권리분석을 어려워하거나 부동산 거래 경험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또는 주거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특히 ‘깡통 전세’는 전세가 2억 원 미만의 빌라 또는 연립주택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부동산의 실제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파트보다 전세금이 낮은 관계로 공인중개사나 집주인의 말 만을 믿고 섣불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깡통 전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전세목적물의 매매가격과 전세가의 비율, 즉 ‘전세가율’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다. 빌라나 연립주택의 경우 시세가 공시되지 않아 실제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여러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인근 부동산 시세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실제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비교적 시세가 투명한 아파트 매물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두 번째로 계약을 체결한 뒤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전세목적물에 대한 ‘1순위 담보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담보권을 의미하는 ‘대항력’이 생기므로, 전입신고를 마치기 전에 전세목적물에 순위가 앞서는 담보권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한 체결한 전세 계약이 종료되었는데 집주인이 전세금 반환을 거부할 때에는 조속히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1순위 담보권이 확보된 경우라 하더라도 집주인의 국세 체납 등으로 인해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깡통 전세’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깡통 전세’는 금전적 피해뿐만 아니라 주거 불안정에 따른 고통까지 야기하므로, 피해자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정부와 부동산 업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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