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6년 344일 9:42:55, 54, 53…’서울 용산구 헤럴드 본사 위에 설치된 시계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간이 늘어나는 일반적인 시계들과 달리 점점 줄어드는 이 시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이 시계는 바로 지구 온도가 1.5℃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경고하는 기후 위기 시계이다.

지구의 온도 상승에 있어서 1.5℃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용수철은 어느 정도 잡아당겼다가 놓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너무 센 힘을 줘서 잡아당기면 원래의 형태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지구도 용수철처럼 너무 센 힘을 받는다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지구가 스스로 본래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온도의 임계점이 바로 1.5℃에 해당하며, 이 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면 지구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기 어렵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 상승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 및 1.5℃까지 제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공동목표를 제시한 파리협정이 채택되었다. 이후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다. 제48차 IPCC 총회에서는 우리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한다면, 2℃ 상승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일부 기후변화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제시되었고, 파리협정 체결 당시 권고 수준이었던 지구 평균 온도 상승 제한 온도가 1.5℃로 확정되었다.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상승 온도를 1.5℃로 제한하면 2℃ 상승했을 때보다 해수면 고도 상승 폭이 10㎝ 낮아지는데, 이는 1천만 명이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치이다. 또한 서식지의 절반 이상을 상실하는 해양생물종이 2℃ 상승했을 때보다 약 2~3배 줄어든다. 산호초의 경우 2℃ 상승 시 99% 소멸하여 거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지만, 1.5℃로 제한한다면 70~90%의 소멸로 일부는 살아남게 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파리협정 이후 세계 각국에서 ‘지구 온도 상승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를 개인,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은 0으로 만들자’라는 의미의 탄소중립 선언이 잇따랐다. 2020년 10월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행렬에 합류하였다. 이에 기상청은 탄소중립을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였고, 햇빛과 바람을 원료로 삼아 정확하고 상세화된 기상정보가 필수적인 태양광,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상기후서비스 시범모델 개발 또한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탄소중립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대중교통 사용하기, 실내 적정온도 유지하기 등 일상의 간단한 행동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며 탄소중립을 실천해 나갈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바로 지금 나부터’라는 생각을 가지고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