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현(남도일보 동부권취재본부 부장)

장봉현 남도일보 동부권취재본부 부장
장봉현 남도일보 동부권취재본부 부장

여수국가산단 내 데이원에너지에서 또 사고가 터졌다. 지난 3일 오전 5시 23분께 공장 앞 도로에 설치된 고압 스팀 배관이 폭발로 파손돼 다량의 수증기가 분출된 것이다. 사고 당시 폭발로 인해 스팀라인 주변에 있던 RPG 배관 2개가 파손돼 가스가 누출되면서 소방당국이 긴급 방제에 나섰다. 이 배관에는 열분해 가솔린과 1급 발암물질인 페놀이 들어있었다.

특히 폭발한 배관 인근에는 폭발 위험이 높은 수소가스 배관도 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한 배관은 400도가 넘는 온도의 스팀이 꽉차 있었다. 다행히 이번 사고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유독가스와 수소가스 배관이 파손 됐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에도 스팀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여수국가산단 내 한화솔루션 TDI공장에서 중화되지 않은 무수 염화수소와 폐가스가 누출됐다. 문제는 당시 누출된 유해가스에 염화수소 뿐 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독일 나치의 살인가스로 유명해진 포스겐 가스가 포함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사고도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회사가 누출량이 소량이고 피해상황이 없었다며 소방당국에 2시간 늦게 신고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사고의 공통점은 시한폭탄과 같은 여수산단의 안전관리가 여전히 허술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수산단은 1급 발암물질을 비롯한 각종 유해화학물질과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을 일으켰던 질산암모늄 등을 취급하는 공장이 밀집돼 있다.

지난 7월 기준 최근 10년간 여수산단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118건으로 32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8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러니 여수산단을 ‘화약고’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도 당연하다. 최근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여수산단을 지나치기가 무섭다”는 말이 도는 것은 그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누가 사고를 내고 싶겠냐마는 기업의 안전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넘침이 없다. 특히 위험물질을 다루는 기업은 더욱더 그렇다. 무엇보다 기업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고, 관계당국은 더욱 강력한 관리감독을 해야한다. 작은 실수가 노동자는 물론 지역사회의 안전과 직결됨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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