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폴애드 대표컨설턴트)

김형주 폴애드 대표컨설턴트

마케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말이면서 가장 중요한 말이 있다. 바로 니즈(needs, 필요)다. 니즈는 소비자의 기본적인 욕구로 기본적으로 결핍된 상태를 충족하려는 욕구를 말한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인 마케팅 학자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니즈를 본원적 욕구인 니즈, 구체적 욕구인 원츠(wants), 그리고 디맨즈(demands, 수요)로 구분하여 정의했다. 본원적 욕구인 니즈는 생리적·사회적·개인적 욕구인데, 이 니즈가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욕구가 되면 원츠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통상 ‘저렴한 자동차’가 니즈라면, ‘유지비용이 적게 들면서 오래되지 않은 연식을 가진 자동차’가 원츠로, 니즈를 만족시키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바람이 원츠라고 생각하면 된다. 출발은 고객의 니즈이고 이를 수요로 만들고 상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마케팅 활동이다. 마케팅 활동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서 보다 구체적인 원츠를 끌어내고 이를 수요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게 기본이다. 중요한 것은 고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정치는 국민의 생각, 유권자의 니즈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생각과 니즈를 알기 위해 애쓰지만, 쉽지는 않다. 그러기에 피상적이지만, 큰 흐름이라도 읽기 위해 여론조사를 주로 활용한다. FGI나 심층면접법과 같은 정성적인 조사방법과 함께 실행되면 더욱 효과적이겠지만, 특정 이슈와 사안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려는 방법으로는 매우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설계만 되었다면 상당히 신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를 시행하는 정치인과 정당은 그래도 국민의 생각과 유권자의 니즈를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문제는 정치활동을 통해 국민의 니즈에서 보다 구체적인 원츠를 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동네 정치인을 보았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특정 정당 쏠림현상이 우세한 지역에서도 ‘생활 정치’, ‘동네 정치’가 성공한 것이다. 성공의 공통점은 주민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었다. 동네 OO할머니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가장 시급한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동네 정치인은 주민의 니즈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표명하거나 해결할 수 있다는 모습을 꾸준한 정치활동을 통해 보여주었고, 주민들은 그런 모습에 긍정적 기대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것은 비단 기초의원의 경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광역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모두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 일상을 모르는데 어찌 문제점을 알고 이를 해결할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국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국민의 일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 직업은 국민들에게 정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에게 국민들을 대변하는 것이다”. 미국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말이다. 많은 이들은 오바마의 성공한 리더십을 그의 뛰어난 소통능력과 공감능력에서 기인한다고 평가한다. 국민의 니즈를 파악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이를 해결하는 정치인의 표상을 보여준 것이다. 어쩌면 니즈가 무엇인지, 원츠가 무엇인지 몰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잘하는 정치’가 시작될 수 있다.

이제라도 그동안 우리 정치를 옭아맸던 ‘줄 세우기 정치’의 성공이 아니라, 국민에서 출발하는 ‘니즈의 정치’가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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