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전국혁신도시노동조합협의회 의장)

장재영 전국혁신도시노동조합협의회 의장

빛가람혁신도시에 소재한 부영 골프장의 한국에너지공대 부지 무상 제공과 잔여부지 활용에 대한 지자체(나주시, 전남도)와 ㈜부영주택 간의 협약서가 최근 공개됐다. 광주 경실련이 소송을 통해 밝혀낸 협약서에는 부영 골프장 잔여 부지 ‘35.2만㎡에 대한 도시관리계획결정(변경)(용도지역, 지구단위계획 등)을 제안할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주거 용지 용적률(300%) 이내에서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협약서가 적법하다고 주장하지만 협약서의 내용은 특혜 소지가 다분하다. 법원도 이를 주목했다. 협약서의 핵심은 공원이나 체육 시설과 같은 자연녹지를 3종 일반 주거 지역으로 5단계 상향(용적률 300% 이내)하는 내용이다. 5단계 상향은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이라고 한다. 다행히 ㈜부영주택은 300%가 아닌 180%에 5천300세대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광주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이 정도 수준으로도 1조 원 이상의 이익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분명 과도한 특혜일 것이다. ‘제2의 대장동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약서에는 용도 변경 절차와 지자체의 협조 사항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어 사업 진행에 대한 치밀함도 느낄 수 있다.

지자체는 협약서를 작성한 순간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광주 경실련의 협약서 공개를 강하게 거부해 온 것이 아니었을까. 같은 맥락에서 ㈜부영주택이 협약서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시민들에 모르쇠로 일관해 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더욱이 지자체는 특혜 문제가 붉어질 때마다 시민의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하면서도 ㈜부영주택의 요구에 따라 용도 변경 절차는 차곡차곡 진행해 왔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아닌 척 하면서도 협약서에 따른 절차를 진행한 것은 지자체와 ㈜부영주택 간의 상호 이익을 위한 암묵적 합의, 즉 카르텔이 아니었을까.

더욱 문제인 것은 지자체를 포함한 협약 체결 당사자가 특혜 논란이 다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는 것은 상호 간에 협약서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 믿음이 있어서는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다면 보수적인 지자체가 논란이 다분한 협약서에 동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지역의 정치권을 위시한 모종의 카르텔이 협약 당사자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실제 협약서의 특혜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나주시나 전남도의 행정을 감시해야 할 지역 정치인은 하나 같이 침묵하고 있다. 지역의 정치권도 가담한 공동의 이익에 기반한 침묵의 카르텔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만약 광주 경실련 등이 협약서의 존재에 의문을 갖고 내용 공개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특혜 의혹은 단순한 의구심으로 끝났을 것이다. 혁신도시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협약서 공개를 이끌어낸 광주 경실련에 박수를 보낸다. 협약서가 공개되지 않아서 특혜 시비의 실체에 접근하지 못했다면 빛가람혁신도시는 콩나물시루 같은 아파트와 공공시설 부족에 시름할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혁신도시 시민들은 부영 골프장 잔여부지 관련 협약서 공개 과정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앞으로 빛가람혁신도시 시민들이 스스로 조직화된 힘을 만들어 지역의 이익 공동체가 오랜 시간 강고히 구축해 놓은 카르텔에 균열을 내야 한다. 또한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도 잘못된 협약과 침묵의 카르텔과 단절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부영 골프장 잔여부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이 혁신도시의 발전에 발목을 잡지 않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 부영 골프장 잔여부지와 관련해서 지자체는 행정력을 공정하게 사용하고 지자체는 지자체의 행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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