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컬렉션 ’광주시립미술관 가보니
시민 수십명, 입장 시간 전부터 대기
11월 27일까지 ‘지역 순회전’ 선봬

6일 오전 10시 광주시립미술관 입장 시작과 함께 수십여명의 시민들이 ‘이건희컬렉션’ 지역 순회전을 관람하기 위해 쏟아졌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6일 오전 10시 광주시립미술관 정문. 미술관 출입문이 열림과 동시에 수십 명의 시민들이 물밀듯 쏟아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미술관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 이들이다. 한적하기만 했던 광주시립미술관에 입장 시간 전부터 수많은 시민이 운집해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난 4일 개막한 ‘이건희컬렉션 지역 순회전’ 때문이다.

이날 광주시립미술관 정문에서 만난 최경아(48·여)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사람들이 몰려 제대로 작품을 감상할 수 없을 것 같아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여럿인가 보다”면서 “서울까지 가지 않고도 ‘이건희컬렉션’을 볼 수 있다는데 이 정도 기다림은 별것 아니다”라고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지난 4일부터 전시관 3·4·5·6전시실에서 이건희컬렉션 지역 순회전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사람의 향기, 예술로 남다’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지역 순회의 첫 전시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여준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국근현대미술의 흐름과 가치를 조명하는 자리다.

미술관에 들어선 시민들은 사전 신청한 도슨트 프로그램에 따라 전시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1시·3시 하루에 3차례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 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이건희컬렉션’ 지역순회전을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전시의 시작점인 광주시립미술관 2층 3전시실 입구 앞에 서면 순백의 한지로 만들어진 가벽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흡사 수묵화를 그리기 전의 한지와 같다. 입구에 들어서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한국화와 수묵화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1섹션 ‘계승과 수용’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서양화의 도입으로 변화된 한국 미술계의 상황을 시작으로 20세기 후반 미술까지 작품들이 차례대로 전시됐다.

1섹션 ‘계승과 수용’에선 허백련·김은호·이상범·노수현·이용우 등의 작품을 통해 서양화의 도입으로 서양미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의 유학이 확대되면서 변화한 한국 미술계를 엿볼 수 있다. 전통수묵화에서는 관념산수의 맥을 지키고 계승하고자 하는 경향과 현실적 경관을 사실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경향이 공존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2섹션 ‘한국화의 변용, 혁신’에선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을 보여준 작품들이 전시된다. 김기창과 이응노를 시작으로 수묵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나타난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오는 11월 27일까지 이건희컬렉션 지역 순회전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사람의 향기, 예술로 남다’를 개최한다.

3섹션 ‘변화의 시대, 새로운 모색’ 에서는 1940~50년대 식민지 종결과 한국전쟁으로 질곡진 역사를 관통하면서 시대의 아픔과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낸 작품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이 섹션에서 전쟁 이후 질퍽한 삶을 살아온 우리 민족의 모습을 단색조 화면을 통해 보여준 박수근과 자전적 요소를 가미 한 내면의 세게를 심화한 이중섭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크기가 작은 이중섭의 작품 은지화와 엽서화는 각각 프로젝트 빔을 활용, 벽면을 통해 확대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엽서화의 경우 라인 애니메이션으로 재제작, 마치 관람객이 이중섭의 작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다.

4섹션 ‘추상미술과 다양성의 확장’에서는 김환기·유영국·류경채·하인두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을 살펴본다.

이날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 중에선 어린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온 광주동초등학교 3·4·5학년 학생들이다. 이들은 평소 교과서에서 볼 법한 작품들을 보며 자기들끼리 사뭇 진지하게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박준휘 양(4년) “학교에 돌아가면 오늘 본 그림들을 따라 그려보기로 했는데 왠지 재밌을 것 같다. 특히 해님과 꽃을 그린 작품(이중섭의 엽서화)을 그려 볼 것”이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광주동초등학교 4학년 담임 주미선 선생은 “미술 교육의 일환으로 미술관을 방문하게 됐는데, 때마침 이건희컬렉션이 진행되고 있어 뜻깊은 시간이 됐다. 기증 작품 가운데 일부만 전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급 작품들이 전시실을 한가득 메웠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라면서 “한 사람의 기부로 전 국민이 풍족한 문화 향유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건희컬렉션 지역 순회전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사람의 향기, 예술로 남다’는 오는 11월 27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3·4·5·6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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