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욱(남도일보 동부취재본부 부장)

허광욱 남도일보 동부취재본부 부장

전남 고흥군 풍양면 백석마을 주민들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하루하루를 긴장감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다름 아닌 한 사업자가 이곳에 전남해양쓰레기 소각장 유치를 위해 주변 토지 수 만평을 매입하고 고흥군에 사업에 대한 적격 심사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소각장 유치 저지를 위해 수차례 모여서 마을 회의를 갖고 마을입구 등에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 운동을 벌여 왔다. 이들은 또 풍양면의 40여 이장단과 연대해 청정지역에 피해를 주는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강력 저지하는 것에 한마음으로 임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각 이장단 명의의 진정서를 작성해 공영민 고흥군수와의 면담을 갖고, “청정지역에 해양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오는 것은 토양을 오염시켜 농수산물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건강에도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력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한 탓인지 고흥군도 어느 때 보다 사업자가 신청한 서류에 대한 심사를 신중하게 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군은 해당 허가 담당 부서 뿐만 아니라 소각장 유치와 관련된 각 실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내용을 취합해 결론을 도출해 내기로 했다.

이에 군은 지난달 이번 사업에 대해 관련 법 위반 등을 이유로 ‘부적격’이라는 결론을 내고, 사업 신청자에게도 최종 통보를 해, 결국 해양쓰레기 소각장 유치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로써 지역 주민들, 사업자, 고흥군 등과 연관된 지루한 게임도 드디어 마무리됐다.

이번 결과에 대해 당연히 백석마을 주민들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민들은 그동안의 어두운 마음을 털어 버리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일은 지역민들에게 기나긴 긴장감 뿐만 아니라 갈등으로 인한 깊은 상처도 남긴 사례가 됐다. 또 그동안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백석마을 전 이장이 사업자 편에서 일을 도왔던 게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손으로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전 이장은 해임을 당하고 새 이장을 선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론적으로 이번 ‘해양쓰레기 소각장 유치’는 주민들에게는 서로 신뢰 훼손이라는 아픈 상처를, 고흥군에는 고민과 업무 부담만 가중시킨 결과를 낳은 회색빛 어두운 과거로 기억될 전망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