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천(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최형천 (주)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상식있는 미국 국민들은 깊은 허탈감에 빠졌다. 비록 국가의 역사는 짧지만 민주주의 종주국으로서 유럽인에게도 한껏 뽐냈던 미국인의 자부심을 새로운 대통령이 단번에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거짓말과 선동, 그리고 폭력까지 조장하는 인물이 건국의 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민주적 정치규범을 짓밟으며 폭주할 때 자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와 시민들도 가슴을 조여야했다.

지금 우리 국민도 몇 년 전 트럼프시절 미국 국민과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기대를 가지고 새로운 대통령을 맞았지만 내정이나 외치, 그리고 품격 면에서 너무나 실망이 크고 허탈하다. 거기다 막말, 거짓말, 우격다짐으로 사실을 오도하고 변명에 치중하다 보니 나랏일이 제대로 되는 게 없어서 국민은 애써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공든 탑이 무너질까봐 이제는 좌불안석이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뒤돌아보면 세월호의 비극으로 깨달은 교훈을 벌써 잊고 또 함량 미달의 국가수장을 뽑고 말았다. 다시는 대통령 때문에 눈물 흘리지 말자고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면서 함께 했던 그 다짐도 망각해버렸다. 더 거슬러 올라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고 오늘의 민주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선배들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럼에도 누굴 탓하랴! 이런 대통령을 선택한 주체는 국민인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닌가? 코끼리가 도자기 가게에 들어갔다면 들어가게 한 사람이 잘못한 것이다. 유권자인 우리가 사람을 보는 안목, 즉 정치인을 분별하는 식견이 모자란 연유이다. 그렇다고 국민들끼리 편을 나누어 서로 상처는 주지 말자. 선거에서는 국민은 주권자 집단이라는 한 몸체이다. 다리가 팔을 비난하고 반대로 팔이 다리를 비난하는 것은 자해행위다. 다만 각자가 선택한 조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였는지 깊이 반성하고 이 실수를 더 이상 되풀이 하지는 말아야한다. 나의 잘못된 선택이 나뿐만 아니라 온 국민에게 불행일 수 있다는 유권자로서의 책임을 자각하자.

지금부터는 비난을 넘어 각자 제 몫을 찾아 나라를 되잡아 나가야 한다. 질타를 넘어 함께 대책을 세우자. 지지하되 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며, 비판하되 잘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국민도 산다. 원칙 없는 행정부의 폭주를 입법부와 사법부는 막아내야 한다. 서로 견제하라고 3권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국가기관은 헌법이 부여한 견제권을 당당하게 수행하고, 국민과 언론은 철저한 감시를 실시하여 이 정부가 무난히 5년을 채우도록 힘께 노력해야 한다.

말장난도 이제 그만 하자. 집권당은 초보자에게 운전석을 맡겨 국정을 혼란케 한 잘못을 스스로 반성하고 당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지자들도 선출의 주역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먼저 매를 들어야 온당하다. 검은 것이 희다는 주장을 옹호한다면 대통령을 바보로 만드는 짓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음 선거부터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한다. 모든 정당은 수준 이하의 후보를 가려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당내에 만들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유권자인 국민들도 선택기준을 재검검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능력에 대한 검증이 없이 단순히 이미지로 정치지도자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안목이 틔어야 진정한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정치인에 대한 변별력을 갖춘 안목있는 국민이라야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민주국가에서 복락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이 난국을 어떻게 대응하였는지를 면밀히 관찰하여 차기 총선에서는 표로서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는 부조리한 현실에는 ‘아니야’라고 거부해야 하며,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한다.(반항하는 인간, 민음사, 2021) 자기의 존엄성을 지키고 타자와의 연대를 위해 결사적으로 ‘노’라고 말하는 것이 실존이라는 것이다. 또한 ‘동물농장’으로 전체주의에 경고를 날린 조지 오웰도 집권자의 타락을 막기 위해서는 ‘노’라고 비판하는 감시자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구하자. 아니면 그 아픔이 후대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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