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석(목포과학대학교 교수)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우리가 조만간 마주할 장래는 그림이 조금은 그려지나 절대 밝지 않다. 저 멀리 먼 미래는 본래 그 자체로서 더더욱 진한 어둠인지라, 미래에 대한 초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캄캄한 밤에 검은 고양이를 찾는 시도에 못지않으리라.

공든 탑이 무너지랴. 믿고 싶으나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어느 누가 공들여 탑을 만들지 않겠는가. 그래도 각자가 힘들여 이룩한 경제적 부, 사회적 명예, 자존감 등이 어떤 계기로 무너질 때는 절대로 연착륙(soft landing)하지 않음을 느낀다. 예컨대, 몇몇 경제분석가가 말하길, 자산시장에서 자산 가격은 상승추세일 때는 몰라도 하락 추세일 때 연착륙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공든 탑을 지탱해왔고 앞으로 지탱해줄 기본토대는 무엇일까. 인구의 재생산이라고 말하고 싶다. 단순재생산은 못 할망정 적어도 인구의 급격한 축소재생산은 피해야 한다. 확장 국면에서는 희망이 보이기에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용기를 내 적응해가지만, 급격한 축소 국면에서는 사회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부문이 연쇄적으로 급격하게 그 역할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도미노 놀이에서 도미노 하나가 쓰러지면 연이어서 주변의 도미노들이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한꺼번에 쓰러지는 상황이 그려진다. 도미노 이론이 사회생태계에 던지는 시사점이 점점 현실로 나타남을 부인하기 어렵다.

남도일보 보도(2022.10.7.)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남 곡성·구례는 산부인과·소아과 ‘전무’, 함평·신안은 산부인과만 1곳, 보성·담양은 산부인과만 2곳, 영암은 소아과만 1곳이다. 진도·완도·장성·강진 등은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각각 1곳이다. 최근 5년간 전남 의료원(순천의료원·목포의료원·강진의료원) 3곳의 의사 결원율은 25.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5년간 정원 297명 중 77명이 결원이다. 순천의료원은 산부인과가, 목포의료원은 소아청소년과가 개설되지 않았다. 곡성군의 출생아는 올해 들어 36명인데, 최근 월별로 보면 7월 1명, 8월 6명, 9월 4명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적어도 전남지역은 출생생태계가 무너졌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군 지역에 사는 임산부가 쉽게 찾아갈 산부인과는 거의 없고, 어린 아이의 주된 양육자인 아빠와 엄마가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갈만한 소아과가 한 두 곳에 지나지 않는 현실인데, 어느 남녀가 자녀를 낳아 기를 용기를 내겠는가.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1970년에 반별 인원은 60명이 넘었다. (사)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2022년 찾아가는 학생독립운동 역사교육’을 신청한 광주광역시 초등학교의 6학년 반별 인원을 대략 보니, 22명 내외다. 시대착오에 가까운 대조이나, 50여 년 사이에 초등학교 반별 인원은 세 마디 중 두 마디가 사라졌다. 대도시가 이럴진대, 시골 지역은 더하다고 말해 무엇에 쓰랴.

보육교사도 길러내는 학과에서 일하는 내가 보육실습을 나간 학생을 격려하러 어린이집을 방문할 때, 해가 갈수록 돌보는 아이의 숫자가 줄어듦을 실감한다. 아이를 정성을 다해 돌보는 보육교사가 천사처럼 보인다. 최근에 손녀 손자를 돌보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기 자식이 난 딸 아들인데도 돌봄 노동이 상당히 수고스럽다고 호소하는 소리가 들린다.

장시간에 걸친 저출생 경향의 심화는 우리 사회의 여러 다양한 요인이 복합·중층적으로 작용한 결과물, 즉 여러 모순의 응축물로 보인다. 전남지역 산부인과·소아과의 개설 상황만 봐도 우리나라에서 출생생태계라는 도미노는 무너진 지 오래됐다. 교육생태계 도미노도 거의 넘어졌다. 저출생 심화, 어린이집 아이 급감, 초등학교 학생 감소, 중·고교 학생도 감소, 수도권 밖 대학 학생 충원난 등이 연쇄로 벌어지는 형국이다. 이럴진대 수도권이라는 도미노는 안전할까. 언감생심이다. 도미노 붕괴의 지연일 뿐일 거다.

학교 졸업 후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신규인력도 줄어든다. 일부는 구직난을 호소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구인난을 소리친다. 베이비부머의 임박한 고령화는 돌봄 노동력에 대한 수요 증가를 막지 못 하리라. 대략 보건대, 베이비부머 세대가 짊어질 수밖에 없는 부담과 책무는 출생생태계 복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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