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불통 정치, 고통 경제, 먹통 사회에 분통 국민. 요즘 우리나라 실정을 대변해 주는 표현들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민선 8기 출항 4개월을 맞았으나 불확실성을 넘어 불신의 연속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민초(民草·백성을 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에 비유한 말)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어 아예 TV 뉴스 채널을 돌린다. 신문도 그냥 접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식 취임사에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30%대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의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가 대신 증명해 주고 있다. 대신 검찰 편중 인사와 거대 야당과의 불통, 한일 정상회담 미숙·한미 정상회담 부적절 발언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소모적인 논쟁에 국정은 어수선하다. 헌정사상 최초로 25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안타깝고 슬프다.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길 바라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다만 ‘성공한 윤석열 정부’란 평가를 받기 위한 마음으로 ‘우다방편지’에 띄우는 고언(苦言)일 뿐이다.

여야 정치권도 불통과 내홍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치솟게 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7월 22일 제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지난 5월 30일 전반기 임기가 끝나고 공백 상태가 된 지 53일 만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민주당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리당략과 정치적 이해득실에 얽매여 사사건건 극한 대립과 정쟁을 일삼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장도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논란,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민주당 이재명 대표 검찰 수사 등 민감한 현안들을 놓고 ‘투쟁의 장’(場)으로 변했다. ‘정책·민생 국감’은 실종되고 ‘정쟁 국감’만 남았다는 평가다.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도 거대 야당 구성원 속에 묻혀 변방으로 밀리면서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정치권은 선량한 국민까지 들먹이며 군중심리까지 부추기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이재명 구속과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보수와 진보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등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고 있다. ‘제2의 촛불혁명’도 배제할 수없어 민초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민선 8기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지역 발전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일부 단체장의 경우 다음 선거 표를 의식한 ‘선심성 행정’과 ‘보은·코드 인사’란 비난을 받으면서 민심(民心)을 잃고 있다.

정치적 불신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속에 서민들의 삶은 찌들어가고 있다.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볼 요량으로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쓰는 주부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5만원권 2장을 들고 시장에 가도 장바구니가 너무 가볍다고 아우성이다. 쌀값 빼고 모든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민초들은 지난 4월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모두 풀렸으나 외식 대신 ‘집밥’을, 주말 여행 대신 ‘집콕’을 할 수밖에 없다. 생활고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가족의 비극도 끊이질 않고 있다. 내년이 더 걱정이란다. 중국 경제의 ‘회색코뿔소’(Gray Rhino·계속된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리스크가 부상할 경우 ‘퍼펙트 스톰(대규모 경제위기)’의 가능성도 있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배를 두드리고 발을 구르며 흥겨워한다는 ‘고복격양(鼓腹擊壤)의 시대’를 만족할 우리 국민들은 거의 없다. 최소한의 문화·복지 혜택을 누리는 삶을 추구하고 싶어 한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국민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의무를 지니고 있다. 행복 추구권은 커녕 생존권마저 위협 받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더군다나 최근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중단이란 초유의 사태는 ‘IT 강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실상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는 카카오망 먹통 사태는 독점 지위 기업의 책임 부실이 불러온 일상 파괴 행위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은 안녕하지 못하다. 총체적 난국 속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나 지방정부 통치자가 갖춰야 할 최고 덕목은 도덕성·청렴성·위민성(爲民性)이 아닐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낼 최소한의 리더십마저 보이질 않는다. 국민들의 분통을 삭이려면 리더십이 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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