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가을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사자성어인 천고마비(天高馬肥)의 뜻으로, 가을이 날씨가 좋고 오곡백과가 익는 좋은 계절임을 형용하는 말이다. 가을은 바다처럼 깊고 새파란 하늘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풍요의 계절로, 특히 울긋불긋 물든 단풍은 오직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별미라 할 수 있다.

단풍은 일교차가 크고 서늘한 날이 지속되어, 하루 최저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질 때 시작된다. 잎은 기온이 높을 때는 엽록소의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채우지만, 기온이 낮아지면 줄기와 나뭇잎의 통로를 차단하여 에너지를 아끼게 된다. 그러면서 초록색 성분의 엽록소는 빠져나가고 기존의 붉은 계열 색소가 점차 드러나, 우리 눈에 붉은 단풍이 보이게 된다. 단풍은 강수량이 적고 햇볕이 잘 드는 지역에서 가장 뚜렷하게 그 색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단풍의 시작과 절정에도 기준이 있는데, 첫 단풍은 산 전체 면적의 20%가 물들었을 때, 절정은 80%가 물들었을 때를 말한다.

단풍 시기 전망에는 강수량과 기온의 관측자료가 사용된다. 광주 지역의 9월 강수량을 살펴보면,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광주에 많은 비를 뿌렸지만 9월 말 강수량은 0.0㎜로 하순 강수량 역대 최저 1위를 기록하여 평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였다. 기온 영향 분석을 살펴보면 9월 초 기압골의 영향으로 기온이 낮았으나, 중순에는 제12호 태풍 ‘무이파’와 제14호 태풍 ‘난마돌’로부터 더운 공기가 유입되고 이동성고기압이 발달하면서 고온이 유발되어 평년 대비 2도 정도 높았다. 그러나 9월 말이 되면서 다시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7도가량 떨어져 기온 변동이 컸다.

단풍은 기온이 낮을수록 빨리 시작되기 때문에 강원을 선두로 중부 지방은 10월 초, 남부지방은 10월 말부터 나타난다. 지난 9월 29일 강원지방기상청은 설악산 대청봉(해발고도 1,708m)에서 첫 단풍을 관찰했다. 기상청과 산림청은 광주 무등산의 단풍 절정 시기를 11월 4일로 예측했다. 단풍을 두 배로 즐기고 싶다면, 기상청이 제공하는 단풍 실황 서비스를 참고하여 실시간 단풍현황을 확인하면 좋다. 기상청 날씨누리집에서 유명산 단풍현황에 들어가면 전국 단풍 실시간 사진, 산악 날씨, 절정 예상 지역 코스 등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산림청에서는 산불, 산사태, 기후변화 모니터링 등 산림재난 예보를 위한 산악기상 정보를 제공하니, 이를 참고하면 보다 안전한 산행길이 될 것이다.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만큼 특별한 계절이다. 찰나의 시간을 놓치지 않고 계절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기까지 한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단풍정보를 활용하여 가을 산행을 즐김으로써, 빠르게 지나가는 가을의 맛을 알차게 음미해 보면 어떨까.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쳤던 마음도 오색빛깔의 단풍처럼 풍성하게 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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