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헌(선한병원 의학박사)

정성헌 선한병원 의학박사

우리가 이성을 보고 느끼는 매력의 기준은 무엇일까? 암탉은 수탉의 벼슬 색깔을 보고 매력을 느낀다. 밝은 선홍색의 벼슬을 가진 수탉은 암탉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기생충에 오염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집짓는 새는 둥지를 멋지게 지어야만 암컷의 선택을 받는다. 개구리는 우는 소리가 우렁차야 한다. 암컷 개구리는 우렁찬 소리로 울어대는 수컷을 찾아 간다.

공작은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화려한 깃털을 진화 시켰다. 날라다니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순록의 뿔은 늑대 무리에게 쫓길때는 치명적인 장애물이 된다. 싸우는 무기로서는 아주 비효율적이 틀림 없음에도 수컷들은 뿔을 키운다.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다.

사람이 느끼는 매력의 기준은 무엇일까? 많은 문화권에서, 왜 먹을 것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뚱뚱한 여자가 매력있게 느껴지고, 먹을 것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마른 체형의 여자가 더 매력있게 느껴지는 것일까? 먹을 것이 부족한 지역에서 많은 지방 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근에서도 살아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먹을 것이 풍부한 지역에서 지방 조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환에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왜 대부분의 남자들은 큰 골반과 큰 가슴을 가진 여자를 매력 있다고 느끼는 걸까? 큰 골반은 아기를 낳을 때 분만 사고 가능성을 줄인다. 큰 가슴은 모유 수유에 문제가 없어 아이를 굶길 가능성이 적음을 의미 한다. 즉 많은 남성들은 잠재 의식속에 내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사고 없이 출산해서, 잘 먹일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여자를 매력 있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여자들은 입장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일단 임신을 하면 열달동안 아이를 뱃속에 담고 다녀야 한다. 당연히 자신의 활동이 제한되고 먹이를 구하는 일이 힘들어 진다. 임신한 상태에서는 다른 남성으로 배우자를 교체하는 일도 매우 어렵다. 출산 후에는 더 심각해 진다. 대부분의 포유류들은 엄마 뱃속에서 나오자 마자 뛰어다니는데 반해 사람의 아이는 일어서서 간신히 걷는데만 1년이 걸린다. 혼자서 먹이를 구하는데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그동안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초기 수렵 시대에는 사냥을 잘할 것 같은 근육질의 남성이 선호 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실함이 우선일거다. 그래서 여성은 남성을 선택을 할 때, 여성이 임신한 동안 그리고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옆에서 보호해주고 먹을 것을 잘 구해다 줄 수 있는 성실함이 근육질의 강렬함 보다는 우선 되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사냥의 방식이 무엇인가? 돈을 잘 벌어 올 수 있는 능력이 곧 사냥 능력이다. 당연히 여성은 연봉이 높은 남성을 선호하게 된다. 사랑보다 돈이 더 좋더냐?고 항변하는 남성은 이러한 진화론적 매력의 기준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까닭이다. 남성은 여성의 기준, 여성은 남성의 기준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점에서 사회적인 오해가 자꾸 생겨 난다. 목적은 서로 같다. 나의 유전자를 절반정도 지닌 내 아이가 생기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아이가 문제없이 잘 성장하게 하는 것, 이것이 내안의 유전자가 시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성을 보고 매력을 느끼는 주체는 내가 아니라 내안의 유전자다. 유전자는 많이 퍼트리려는 본성이 있다. 퍼트리려면 다음 유전자를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잘 생존해야 한다. 전자는 남성의 성 메카니즘을 지배하고, 후자는 여성의 성 메카니즘을 지배하는 요체다. 다같은 목적이지만 약간의 다른 방식으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간혹 매력의 기준을 착각해서 허세를 부리는 경우가 있다. 순록은 쓸모없이 뿔을 키워서 늑대들로부터 효과적으로 도망치는데 방해가 된다.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넘는 스포츠카를 사는 것은 또다른 순록의 뿔을 키우는 것과 같다. 이런 수컷도 있다. 예를 들어 북미의 일부 말벌류는 짝짓기 시기가 오면 짝짓기 비행을 한다. 그래서 암컷에게 정자 즉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한다. 그 사이 암컷은 수컷의 머리에 구멍을 내고 수컷의 몸속에 소화액을 주입한다. 그리고는 녹아버린 수컷의 몸을 영양쥬스처럼 빨아 먹는다. 아빠는 곧 태어날 2세를 위한 영양분으로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것이다.

많은 미혼의 남성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 순록의 뿔이나 공작의 깃털을 만들려 애쓰지 말라. 많은 여성들은 의외로 경제력 보다 남성의 변하지 않는 성실함을 더 눈여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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