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훈(사회부 차장대우)

안세훈 사회부 차장대우

말 그대로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광주·전남에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12일부터 일부지역에 최대 50㎜ 이상의 단비가 내렸지만, 가뭄 해소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관측된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광주시민의 주요 식수원은 갈수록 말라가고 있다. 동복댐 저수율은 지난달 31일 기준 33.4%, 주암댐은 32.7%를 기록했다. 1999년 급수 통계를 전산화한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댐이 바닥을 드러내는 건 시간 문제라고 할 지경이다. 광주시는 앞으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내년 3월 고갈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남에서도 가뭄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완도군 일부 도서지역에서는 몇 달 전부터 식수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갈수기에 접어들면서 계속해서 비가 내리지 않을 시 제한 급수 지역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농업용수가 부족해지면 도내 월동작물 등 농작물 피해 우려도 크다.

지속된 가뭄에 제한 급수까지 우려되자 광주시는 서둘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광주시는 사용량을 줄이는 만큼 요금을 추가 감면하기로 하고 시행 방침을 논의하고 있다. 가령 작년 동월과 비교해 10% 사용량을 줄이면 그만큼 감소한 수도 요금의 10%를 더 할인하는 방식이다. 전남도도 가뭄대책 종합상황실을 마련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제한급수 지역 등 가뭄이 심각한 곳에는 양수기, 공용 물병, 인력, 급수차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이들의 노력은 헛수고가 된다. 다행히 지역민 사이에서 물 절약 운동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 지역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상생활 속 물 절약 방법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올라 있다. ‘변기에 벽돌 한 장 추가하겠다’, ‘목욕탕에서 수도꼭지 틀어 놓고 다니지 말자’, ‘빨래 사흘 치 몰아서 해야겠다’ 등의 댓글도 눈에 띈다.

오늘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더 빛을 발한다면 내일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