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뼉다귀냐?”

멱살잡은 채 행동대장이 따졌다. 정봉필이 꿇리지 않고 대답했다.

“이것 놓고 말해라이. 내가 말하기 전에 니기덜이 어떤 놈인지 말해봐라이.”

“뭐야?”

그러면서 그가 “너 명동 아냐?”하고 물었다.

“명동이 먹고 마시고 노는 동네 아니여? 돈이 제일 많이 도는 동네라더만.”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만, 그에 앞서 명동은 내 나와바리야. 나는 명동파 행동대장 오칠동이고. 알간?”

“몰겄는디? 명동은 대한민국 국민이 오는 곳이제, 깡패 찌끄러기들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 청춘남녀들이 낭만을 가꾸고 즐기는 곳으로 안다니께!”

정봉필은 겁나지 않았다. 이런 폭력배 부스러기들은 이미 이골이 나있다. 언제든지 당해낼 수 있다. 그는 유도와 태권도 유단자다.

정봉필이 일부러 진한 전라도 사투리로 말했다.

“나가 느그들 악살 멕이면 그냥 가부러. 성질 부리기 전에 조심해서 물러나거라이.”

그와 동시에 행동대장을 업어치기로 바닥에 메다꼰았다. 오칠동이 자빠진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면서 소리질렀다.

“저놈 잡아서 묶어라.”

“느그덜이 디지기 전에 물러나란마다, 족같은 놈들아!”

그러나 물러설 폭력배들이 아니다. 각목과 빠루, 망치를 들고 그에게 대들었다.

정봉필이 품에서 사시미 칼을 빼들었다.

“무기로 해보자고? 무기면 무기, 주먹이면 주먹으로 해보자이. 어제 시방 칼을 잘 갈아둔 것이 천만다행이고마이. 한번 시험삼아 해보게 아무나 대들어 보거라이. 칼이 제대로 드는지 포를 한번 떠볼랑깨.”

그의 당당한 배포에 폭력배들이 주춤하는 태도를 보였다. 행동대장 오칠동이 일어나 그의 앞에 섰다. 계속 나자빠져 있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인 것이었다. 선제 제압을 한다는 것이 졸지에 당해버렸으니 부하들 앞에서 체면이 서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그가 점잖게 물었다.

“여기다 뭘 차리려는 거냐?”

“나가 그것을 보고할 사항인가?”

“여긴 우리 나와바리야. 우리 허락받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그럼 니기들이 서울특별시 중구청 인허가과냐?”

“장난은 그만. 좋은 말할 때 고분고분 말들어. 보아하니 너도 주먹깨나 쓰는 것 같은데, 그럼 동지로써 말한다. 여긴 중구청에서 허가장을 내주기 전에 우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게 이 동네의 불문율이야. 듣자하니 요정을 차릴 모양인데, 요정이라면 더욱이나 구역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단 말이다.”

“구역장이 누군데?”

“오화룡 모르나?”

“오화룡? 자유당 때 비르적거리던 깡패 오야붕 아니냐?”

“이 새끼가 입이 험하군. 오화룡 오야지가 내 당숙이다. 내가 그 조직을 물려받았단 말이다. 교회만이 세습을 받는 것이 아니다.”

“깡패 조직은 세습이 아니라 뺏는 것이여.”

정봉필이 헛웃음을 한번 치고 느긋하게 받았다.

“이 자식 배짱이 있군. 이런 자한테는 실력으로 부순다. 너희들 쳐라!”

그와 동시에 각목이 날아들었다. 정봉필이 방어했지만 중과부적이라 그만 한쪽으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무수히 각목과 발길질이 날아들고, 정봉필이 끝내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온몸이 끈으로 결박되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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