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허흠! 그래! 어찌하여, 너와 내가 가는 길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냐? 어찌하여, 너는 나를 흉악(凶惡)한 폭군(暴君)으로 만들려 하느냐? 네 덕분에 나도 저, 당 태종처럼 성군(聖君) 소리를 듣게 된다면 오죽 좋지 않겠느냐?”

왕이 정팔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는 백성의 안위(安慰)보다도 그 성군 소리 듣는 것이 그리 좋으냐? 그것이 너와 내가 가는 길이 다름이니라!”

정팔도가 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하하하!………”

왕이 미친놈처럼 크게 웃더니 갑자기 웃음을 뚝 멈추었다.

“그래! 나는 너로 인해 절대로 성군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 터! 너의 뜻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저 역적괴수(逆賊魁首)를 지금 당장 끌고 가 거열형(車裂刑)에 처하라!”

그리고는 여인에게 물어뜯긴 하얀 천으로 감싼 손가락을 들어 정팔도를 가리키며 사납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예! 대왕마마!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신하들이 일제히 소리 높여 말했다. 주변에 서 있던 형리(刑吏)들이 달려들어 꽁꽁 묶여 있는 정팔도에게 달려들었다. 그를 형장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였다.

“아!……자자자……잠깐!”

두어 발자국 돌아서 가던 왕이 갑자기 뒤돌아보며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정팔도를 끌고 가던 형리들이 순간 발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죄인은 마지막 소원이 있거들랑 말하여라!”

왕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정팔도는 한참 동안 말없이 있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뒤돌아선 채로 입을 열었다.

“내가 죽거들랑 저 여인들의 시체와 함께 길거리에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내 시체 썩어가는 고약한 냄새를 저 모래알 같은 무지한 백성들이 맡도록 그대로 두어라!”

“으음! 그래! 그 그것이 전부인가?”

“그렇다! 이게 너의 땅에서 내가 갈 길이다! 어서 가자!”

정팔도가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형리들을 재촉하며 앞서 발걸음을 떼었다. 정팔도는 그대로 궁전 밖 북쪽 형장으로 향해 갔다. 정팔도의 목과 팔다리는 각각 다섯 마리의 건장한 황소가 끄는 끈에 단단히 매어졌다. 저 황소 볼기에 채찍이 가해지는 순간 정팔도의 몸은 땅바닥에서 허공중으로 번쩍 치솟아 올라 찰나에 다섯 갈래로 찢어질 것이었다. 정팔도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들이쉬었다. 찬란한 햇빛! 정팔도는 눈이 부셨다. 순간 다섯 형리가 다섯 황소를 내리칠 채찍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막 후려치려는 찰나였다.

“개벽(開闢)이다! 혁명(革命)이다! 정팔도를 찾아라! 정팔도를 구하라!”

구름처럼 무리를 지어 달려오는 사나운 백성들이 외치는 성난 목소리가 정팔도의 귀청을 때렸다. 동시에 엉덩이에 채찍을 맞은 황소가 공중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정팔도는 핏발선 두 눈을 부릅뜬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우흐하하하하하하하! 악!……’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것이었다. 파란다사(波瀾多事) 인간사(人間事)! 다 개지랄 일장춘몽(一場春夢)이더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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