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영(전국혁신도시노동조합협의회 의장)

장재영 전국혁신도시노동조합협의회 의장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빛가람혁신도시를 두고 하는 소리다. 대기업을 능가하는 다수의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로 내려왔지만 이전기관은 성장 거점이 아닌 ‘빼 먹을 곶감’ 정도로 전락했다. 구슬을 잘 꿰질 못한 것이다. 광주·전남은 다른 구슬을 원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선 당시 약속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정도만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2차 이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광주·전남은 적어도 4년간은 자생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빛가람 혁신도시에는 전력, 농업, 정보통신, 문화 예술 기관 같은 좋은 구슬이 많다. 지역은 이들 기관을 잘 엮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전기관들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 사업을 지원할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지난해에도 전남도가 야심차게 ‘다함께 포럼’을 출범시켰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구슬이 문제가 아니라 꿰어야 하는 바늘과 실이 문제였던 것이다.

최근 혁신도시와 관련해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새로 지자체장이 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윤병태 나주시장이 혁신도시 발전 기금 출연에 합의한 것이다. 혁신도시 출범 당시인 지난 2006년에 지자체가 공동혁신도시 개발 운영의 성과공유 협약을 통해 조성하기로 한 기금이다. 연 50억 원 규모로 지자체 지원과 혁신도시 육성에 사용하기로 했다. 기금 조성으로 혁신도시의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될 발전재단 설립이 가시권이다. 재단 설립을 통해 지자체는 구슬을 꿸 수 있는 제대로 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발전재단의 밑그림도 그리기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혁신도시 발전을 위한 시스템 구축 노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관장협의회다. 상설은 아니었지만 최고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지자체장과 이전기관장이 함께하는 기구였다. 잘만 운영했다면 이전기관의 물적 자원과 지자체의 행정력이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광주와 전남이라는 투톱의 이해관계가 달라 기관장 협의회가 유명무실화됐다. 지자체의 자리 나눠 먹기로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아닌 공무원들의 새로운 놀이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지역 인사의 이권 수단이나 채용 등의 청탁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더욱이 혁신도시는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를 대변할 정치력이나 시민단체의 활동력도 미약하다.

빛가람혁신도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전재단의 의사 결정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참여자를 다양화하고 권한을 분산시키고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우선 중앙정부가 발전재단에 관여해야 한다. 지자체가 무서워하는 것은 중앙정부 밖에 없다. 최소한 중앙정부가 발전재단 관련 규정과 사업에 대한 가이드를 만들어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혁신도시의 주체인 주민 등이 의사 결정 구조에 참여해야 한다. 이사회 등에 광주와 전남의 다양한 기초 지자체가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이나 계층이 혁신도시 성과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지역의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감시에도 강점이 있는 광주전남혁신도시노동조합협의회가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발전재단의 채용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각종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발전재단이 지역 인사의 이권 수단으로 악용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빛가람혁신도시에는 좋은 구슬이 16개나 있다. 발전재단이 이들 구슬을 잘 꿰는 유능한 바늘과 실 역할을 했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발전재단은 혁신도시 발전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전기관 구성원으로서 발전재단이 바늘과 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혁신도시가 지역 발전을 견인할 신성장거점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할 보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