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습서 감독의 5·18관련 언급 발단
일부 단원과 갈등에 “직위해제할 수 있다”
“월권 행위…몰아내기” 대다수 단원 반발

광주문화예술회관 전경

광주문화예술회관장이 시립예술단 감독에게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임명권이 없는 관장 신분으로 사퇴를 종용했다면 월권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4일 광주문화예술회관(이하 문예회관) 시립창극단에 따르면 최근 하경완 광주문예회관장이 김규형 시립창극단 예술감독과 개별 면담을 갖고 “자진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직위해제’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며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 관장이 김 감독의 사퇴를 종용한 것은 시립창극단 10여명 단원들과 김 감독간의 불화에서 발단이 됐다는 것이 시립창극단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올해 1월 취임한 김 감독은 광주시립창극단 특성에 맞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구상했고,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창작 창극 ‘망월, 달빛의 노래(이하 망월)’ 를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문제는 지난달 초 공연 연습 과정 중 계엄군 등장신에서 감독이 한 발언이 논란이 되며 비롯됐다.

일부 단원들은 연습 당시 김 감독이 “‘5·18 당시 발포명령권자는 없었다’고 언급했고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지칭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후 김 감독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형사고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부 단원 사이에 감독 발언 논란이 불거지자 하 관장은 김 예술감독을 호출해 지난 1일까지 자진 사퇴여부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예술단원 전체의 입장인지에 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단원 회의를 진행하면서 창극단원 전체가 이같은 문제에 대해 알게 됐다.

문제를 제기한 일부 단원들과 달리 창극단 대다수인 50여명의 단원들은 발언 자체에 대한 해석이 상당히 왜곡됐다고 판단했다.

당시 연습에 참여한 창극단 단원 A씨는 “감독이 무대 연출 과정에서 ‘계엄군의 멜빵(총기 어깨끈)이 풀어져 있는 자체가 자발적 사격이 가능해 무대 위에 발포 명령권자(를 맡은 배우)가 없어도 된다’고 했던 말이 왜곡된 것”이라며 “또한 감독이 ‘광주사태’라는 발언을 한 것은 맞지만, 타 지역에서 와 생각없이 말한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곧바로 사과해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50여명의 단원들은 “일부 단원들이 예술감독을 몰아내기 위해 말꼬리를 잡아 5·18광주정신을 팩트 없이 선택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예술인으로써 옳지 않은 행태”라면서 “더이상 거짓된 주장으로 창극단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켜서는 안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단원들간 갈등으로 상황이 격화된 가운데 지난 1일 하 관장은 김 감독을 다시 호출해 사퇴 여부를 재차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일부 단원이 주장한 발언과 관련해 다수 창극단원들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며 “그러한 사유로는 자진 사퇴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하 관장은 “관장 권한으로 예술감독을 ‘직위해제’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일이 시끄러워질 텐데 괜찮겠느냐”고 협박성 발언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하 관장의 감독 사퇴 종용은 지위를 남용한 일방적인 한쪽 편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립창극단 한 관계자는 “중립적인 역할을 지켜야 할 관장이 일부 특정 단원의 주장만을 듣고 예술감독에게 사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월권 행위”라면서 “발언 자체가 사실이라면 위험하고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경완 관장은 “일절 그런 사실이 없다”라며 “회관은 중립자로서 양측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자리는 만드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발언 내용을 부인했다.

한편,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일부 단원을 제외한 시립창극단 대다수 단원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 운동과 함께 하 관장의 해명과 반성을 촉구할 예정이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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