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목포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성현 목포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삶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옮겨가는 시대이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모든 부분에서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대면활동 제약으로 디지털 기술 기반의 비대면 시대가 앞당겨지고 사회 전반의 이슈로 확장되면서 그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힘입어 새로운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국정과제를 발표한 후 현재 실행을 위한 전략로드맵을 수립 중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란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플랫폼 위에서 국민·기업·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의 창출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디지털플랫폼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중앙정부에서는 부처 간, 사업 간 칸막이와 같은 병목 요인들을 시급히 제거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도 많은 정보를 개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처 간, 사업 간 칸막이 제거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도 디지털 격차에 따른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플랫폼 정부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의 발전 전략은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실현하기 어려운 가장 큰 한계로 고령화로 인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주민이 많지 않으며, 그로 인한 낮은 정책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도시화 지역과 농어촌 지역 간에, 고령화된 지역과 젊은 인구의 구성이 많은 지역 간일수록 디지털 격차의 경향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간을 이분법적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구분한다면, 도시는 디지털, 그 외 지역은 아날로그에 가까울 것이다. 특히 가장 고령화되고 아날로그적 생활무대에 가까운 곳이 섬지역일 것이다. 섬은 소외와 고립, 단절과 고독의 대명사로 현재도 인식되고 있고, 심각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인구유출 등 지역소멸의 최전방에 있는 곳으로 새로운 변화가 없이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곳이다. 섬지역을 대상으로 한 정책의 접근방식도 아날로그에 머물러 인프라 구축에만 집중하고 있다. 섬주민들도 연륙·연도교, 연안여객선, 항만시설 정비 등 아날로그 현안에 매몰되어 정부와 지자체에 아날로그 정책사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현재 섬정책은 디지털플랫폼정부와는 동떨어진 시각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41개 섬 보유 지자체장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섬 관광상품 개발, 섬 홍보 강화, 섬 특산품의 브랜드화와 이를 통한 국내외 유통 등이 포함되어 디지털 기반의 정책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현재도 마련되지 못한 듯하다. 국민들은 아직도 섬을 접근하기 어렵고 문제적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고, 특히 MZ세대의 관심도는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주민들이 직접 섬지역의 매력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고, 여행객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콘텐츠의 힘과 SNS 네트워킹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결국 디지털의 파워가 현재 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디지털플랫폼 위에서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충분히 접근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섬 지자체의 현황에 맞는 디지털플랫폼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디지털플랫폼 활용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관리자, 이용 주민 대상의 교육은 물론, 실질적인 어려움을 느끼는 노인인구가 과밀된 섬지역에서는 플랫폼 활용을 도와줄 인력의 지원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섬 지자체는 디지털플랫폼이 마련되어도 지역 내 노인계층의 이용이 어려우므로 디지털플랫폼을 통한 서비스를 지자체 담당자와 대면을 통해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인력이 유지되어야 한다.

최근 국회섬발전연구회에서 이러한 논의를 선도적인 접근한 바 있다. 국회섬발전연구회는 2028세계섬엑스포추진위원회와 (사)한국섬재단과 공동으로 지난 11월 25일 국회의회회관에서 ‘디지털 대전환시대, 섬의 비즈니스전략’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디지털의 힘으로 섬지역의 활성화를 유도하자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섬 지자체에서 디지털 직업교육 기반의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여 ‘디지털 아일랜더(Digital Islander) 3만 명을 양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섬주민이 직접 지역의 매력을 발신함으로 관광수요의 창출이 가능한 구조가 형성된다. 또한 섬 특산품을 온라인에 직접 유통을 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현안의 해결뿐만 아니라, 관계인구 증가, 가치 향상, 활력 증진을 통해 섬의 미래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정부의 정책기조와 맥을 같이하고 있으므로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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