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본예산 심사서 황당 주장 나와
김성일 도의원, 뜬금 흡연권 보장 요구
답변 나선 전남도 간부공무원들 ‘당혹’
부지사 “흡연자 존경하는 마음 갖겠다”

 

5일 오후 전남 무안군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열린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3년도 전남도 본예산 심사에서 김성일 의원이 흡연권 보장 주장을 펼치자 답변에 나선 김기홍 전남도 자치행정국장이 당혹해하고 있다. /전라남도의회 제공
5일 오후 전남 무안군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열린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3년도 전남도 본예산 심사에서 김성일 의원이 흡연권 보장 주장을 펼치자 답변에 나선 김기홍 전남도 자치행정국장이 당혹해하고 있다. /전라남도의회 제공

내년도 전라남도 본예산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한 전남도의원이 뜬금없이 집행부에 흡연자들의 흡연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서 빈축을 샀다.

5일 전라남도의회 초의실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3년도 전남도 본예산 심사에서 김성일 전남도의원(해남1·더불어민주당)이 대뜸 집행부에 흡연 여건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날 김 의원은 흡연자들의 담배 구입으로 막대한 세수가 지방자치단체로 들어온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도청과 일선 시군 등이 흡연자들의 흡연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세수는 꼬박꼬박 걷으면서 흡연자들의 권리는 외면하고 있다”면서 “과거 도청 2개층에 1개씩 있던 흡연실도 지금은 1곳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예산 심사와는 관계가 없는 질문인데다, 김 의원이 정부 차원의 금연정책 등에 반하는 취지의 주장을 계속하자 답변에 나선 전남도 간부공무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기홍 자치행정국장은 “그 부분은 한번 따져보겠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를 보다 못한 문금주 행정부지사는 “과거 담배소비세를 유치하기 위해서 일선 시·군별로 주소받기 운동을 한 바도 있지만, 지금은 세금을 많이 내는 흡연자들의 흡연권을 보장하는 것 보다는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더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라며 흡연권 보장에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우리 전남도에 1년이면 추정치로 2천644억 원 상당의 세금이 담배로 인해 들어오는데, 흡연자들의 흡연권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의원이 주장을 굽히지 않자 문 부지사는 “담배 피우시는 분들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겠다”고 답해 장내에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번 해프닝에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가뭄과 고물가, 고금리 등 산적한 현안들이 많은데 다소 어이없는 주장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본예산 심사에 배석한 한 전남도 공무원은 “예산 증액과 감액 경위를 묻고 답하는 지루한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흡연권 보장 요구 목소리가 나와 오히려 신선했다”면서도 “비흡연자들의 고충은 헤아리지 않는 것 같아 조금 불편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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