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겨울과 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눈이 오기 시작할 때 창밖을 바라보며 풍경을 감상하거나,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눈이 더 쌓이기를 기다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얗게 덮인 눈밭에 서면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모두 함께 눈사람을 만들며 한마음이 되곤 한다. 또한, 첫눈이나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들은 추운 겨울을 기다림과 설렘으로 따뜻이 덮어준다. 이렇게 눈은 우리에게 낭만과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도로 교통상황을 위험하게 하거나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물에 피해를 주는 등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마냥 반가워만 할 수는 없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같아 보이지만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눈은 내릴 때 지상의 기온 분포에 따라 흔히 함박눈이라 하는 습설과 가루눈인 건설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습설이란 기온이 -5℃ 이상이며 습도가 높을 때 내리는 눈으로, 습기가 많아 잘 뭉쳐진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지붕이나 비닐하우스 무너짐 등의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하며, 제설도 어렵다. 반대로 건설은 -10℃ 이하로 기온과 습도가 낮을 때 내리는 눈을 일컫는다. 아마 눈 뭉치를 만들 때 잘 뭉쳐지지 않는 날이 있었을 텐데, 그날 내린 눈은 습기를 적게 포함한 건설이었을 것이다.

겨울철 눈과 관련된 뉴스에서 적설량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적설이란 눈이 지면에 쌓여 있는 수직 깊이를 말한다. 기상청에서는 인명·재산 피해를 막고, 향후 예보에 참고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적설량 관측을 시행하고 있다. 눈이 관측 장소의 반 이상을 덮었을 때 적설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며, 이때부터 적설량 관측을 시작한다.

적설량 관측 방법으로는 1분마다 자동으로 눈의 높이를 측정하는 방식인 레이저식 적설계와 사람이 직접 관측하는 유인관측이 있으며, 유인관측의 관측 요소에는 적설, 신적설, 최심신적설이 있다. 먼저 적설은 눈이 내린 기간과 상관없이 관측 시각에 측정한 눈의 깊이를 의미하므로, 적설판의 눈을 제거하지 않고 관측을 시행한다. 다음으로 신적설은 당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내린 눈의 깊이를 의미하며, 24시에 관측을 시행하고 눈을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최심신적설은 3시간 동안 내린 눈의 양 중에서 가장 많이 쌓였을 때의 눈의 깊이를 말하며, 3시간 간격으로 적설판의 눈을 제거하여 관측한다. 적설은 기상상황에 따라 녹거나 다져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이렇게 3개의 적설판을 사용하여 관측을 시행하고 있다.

눈이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사고 예방을 위한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 같은 양의 눈이라도 눈이 내리는 시각과 기온, 그 지역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적설량이 달라질 수 있고, 그로 인한 피해도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이다. 눈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날씨알리미 앱을 추천한다. 날씨알리미의 날씨지도를 통해 눈구름대의 강도와 이동양상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기상정보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내가 있는 지역에 눈이 언제 내릴지, 시간당 예상 적설량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면, 사전에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눈에 관한 정보들을 눈여겨보고 적절히 대응하여 모두가 피해 없이 안전하고 포근한 이번 겨울을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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