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현(동부권취재본부 부장)

장봉현 남도일보 동부권취재본부 부장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중부와 전남을 거쳐 특히 천연기념물 203호 흑두루미 서식지인 순천만에도 고병원성 AI가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

올해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는 1만여 마리에 달한다. 전 세계 1만7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국제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의 60%가 순천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는 3천~4천여 마리였다. 이렇게 많은 개체수가 순천으로 온 이유는 일본 미즈미시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순천만에서 월동하던 흑두루미 40마리가 최근 폐사했다는 점이다. 이 중 8마리에서는 일본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됐다. 순천만 역시 조류독감 안전지대는 아니다.

AI는 본래 야생에서 사는 새들의 평범한 질병이었다. 사람들이 수시로 겪는 감기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AI는 철새가 주요 전염원으로, 군집성이 강한 철새들은 언제든지 집단 폐사의 우려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순천만에 집중화된 서식지 분산도 해볼 만하다. 물론 이동범위 확대로 인한 방역관리 차원에는 위험성이 크겠지만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서는 보다 거시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100~300여 마리가 찾았을 때 고흥만에서도 흑두루미가 목격됐었다. 지금처럼 순천시가 월동 흑두루미에 먹이를 제공하지 않았을 때는 해룡들과 별량 학산리, 인안들 등 넓은 범위에서 먹이활동을 했다.

이 때문에 흑두루미 겨울철 월동지 확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체 서식지(농경지)를 확보하고 차량과 사람을 통제해 위협요인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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