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천(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최형천 (주)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2022년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대외적으로는 기후위기, 미·중 간의 갈등,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글로벌대전환시대를 맞고 있어 외교적 지혜가 절실한 시점에 있다. 하지만 정부의 편향된 미·일 의존 외교정책은 신 냉전체제에 말려드는 것은 아닌지 극히 우려스럽다. 거기에다 국내적으로는 검찰권력을 이용한 야당 견제, 정권과 언론의 마찰, 10·29 이태원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 등으로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이런 정부를 지켜보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하게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힘들게 정권을 잡은 새 정부가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왜 이렇게 좌충우돌하면서 허비할까? 이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중첩되어 있겠지만 특히 집권세력의 정체성의 혼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병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1년 중 환자의 사망률이 가장 높은 때는 신참 레지던트가 부임해서 진료를 보기 시작하는 6월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리스크는 신참 의사들의 능력 부족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사고방식이 더 큰 문제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전문성에 근거한 믿음에 자부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것을 굳건히 지키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는 리스크가 존재 한다. 자기가 옳다고 설교하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추궁하거나, 다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공작에 너무 골똘한 나머지 자기 의견이 옳은지 또는 그른지 다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도한 자기 확신은 스스로를 자기가 만든 감옥에 가두게 된다.

일반적으로 탁월한 정치지도자의 자질로 강인한 사고와 확고한 주관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드러난 결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의 전문가들이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비교하여 위대한 대통령의 특성을 살펴본 연구에 의하면 야심, 강력함, 권모술수, 친근함, 세련미, 매력 그리고 차분함 등과는 상관이 없었다. “위대한 대통령을 구별하는 오직 한 가지 요소는 지적 호기심과 개방성이었다. 그들은 폭넓은 주제로 독서를 했으며, 내치와 외교에 버금갈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도 많을 것을 배우고 싶어 했다. 또한 새로운 견해에 귀를 기울였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낡은 견해를 새롭게 고치는데 관심을 쏟았다. 위대한 대통령들은 자기가 펼치는 정책을 진행해야할 일종의 실험으로 보고 과학자처럼 풀어나갔다.”(애덤 그랜트, 싱크 어게인, 한국경제신문, 2021)

이와는 반대로 대통령의 과도한 자기 확신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선용(善用)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다시 생각해야 새롭게 대두되는 현안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또 하나, 권력을 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쓴소리 하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 사람은 자기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보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서 더 많이 배우게 된다. 좋은 해결책을 얻으려면 쓴소리 하는 사람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건축가집단을 조사해 보았더니 창의적인 건축가들의 학점은 평균 B에 불과했다고 한다. A학점을 받은 사람들은 틀리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 높은 지능을 지닌 사람일수록 고정관념에 빠져들 개연성이 더 높기 때문에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뛰어난 지능이 오히려 저주일 수도 있다. 현실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결정을 하려면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는 구조가 필요하며, 그렇게 하려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자기 확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일은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강력한 심리적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민 모두를 위한 위대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할 불편한 산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