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 남도일보 수상자 취재기

남도일보는 21일 광주전남기자협회의 ‘올해의 기자상’ 시상식에서 3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이날 광주문화재단 별관 아트스페이스 5층 소공연장에서 ‘2022 올해의 기자상’ 시상식을 가졌다.

남도일보, 광주전남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 3개 부문 수상
21일 오후 광주문화재단 별관 아트스페이스 5층 소공연장에서 광주전남기자협회의 ‘올해의 기자상’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신문·통신 사진(최우수상), 신문·통신 기획(우수상), 신문·통신 취재(우수상) 부문에서 수상한 남도일보 기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우관 중·서부취재본부장, 박건우·박정석·고광민·임문철·심진석·김명식·박재일 편집국장. /이현행 기자 lhh@namdonews.com

시상식에서 임문철 기자는 ‘아슬아슬한’ 수색작업으로 신문·통신 사진부문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명식·임문철·안세훈 ·박정석·박건우 기자는 ‘광주 고려인마을 우크라이나 난민보고서’가 기획보도 부문에서 우수상으을 받았다.

또 고광민·심진석 기자는 ‘진도 둔전지 농업용수 관리 부실로 드러난 농어촌공사 구멍난 행정력’이 신문·통신 취재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기자상’ 영예를 안은 남도일보 수상자의 취재기를 싣는다.

■‘아슬아슬한 수색작업’
임문철(사진부 부장)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마감을 한창 하고 있을 때 였다. 안세훈기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아파트가 무너졌는데 얼른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장비체크를 한 후 현장으로 출동했다. 붕괴사고 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곳곳이 부서지고 휘어진 채 갈라져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소방대원과 취재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진기자의 본능이랄까. 일단 높은 곳을 찾아봤다. 사고현장 건너편에 아파트가 보였고, 그 곳에서 첫 취재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취재가 29일 만에 끝이 났다. 이번 사고 수습을 위해 광주소방본부 소속 소방공무원 연인원 4천857명과 전국 소방력 동원령에 따른 전문구조대원 연인원 841명이 투입됐다.

지난 1월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201동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까지 16개 층 내부 구조물과 외벽 일부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려 작업자 6명이 숨졌고,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29일 만에 구조 당국이 실종자 6명 전원을 수습했다.

지난 1월은 무척이나 추웠다. 사고 첫 날도 눈이 내렸고, 29일 동안 폭설과 추위와 싸워가며 취재를 했었다.

‘아슬 아슬한’ 수색작업

아침에 바로 사고현장으로 출근했고, 퇴근도 현장에서 할 정도로 사고 초반에는 수색이 빠르게 진행됐다. 사고 현장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곳은 세 군데 아파트뿐이었다. 사진기자가 여러 명인 통신이나 지방지의 경우 각각 한 명씩 배치해서 취재를 할 수 있었지만, 사진부가 혼자 밖에 없는 나로서는 그저 끊기와 운에 맡길 뿐이었다. 이번 최우수상을 수상한 보도사진은 소방대원의 수색·구조작업을 무너진 건물외벽과 함께 사실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 곳 중 한곳에서 우연찮게 취재한 사진이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번 붕괴사고 취재는 추위도 추위지만 ‘배고픔’과 ‘시간’과의 전쟁이기도 했다. 점심, 저녁이 되면 배꼽시계는 요란하게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쉽사리 옥상에서 내려가지 못했다. 언제 현장이 새롭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취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국(한 아파트 옥상에 각 사 사진기자 한 명)의 사진기자들이 옥상에 모여 ‘자장면’을 먹을 때 였다. 붕괴사고 현장을 보면서 식사를 할 정도로 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끝으로 야간 취재가 있을 때면 핫팩과 따뜻한 차를 항상 챙겨준 사랑하는 아내 양혜선씨와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따뜻한 문자로 감동과 힘을 복돋아준 소중한 딸 임하윤양에게 최우수상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진도 둔전지 농업용수 관리 부실’의혹 막전막후
심진석(중서부취재본부 차장)
 

심진석 중·서부취재본부 차장

“농사 지을 물도 없는데 아까운 물이 그냥 바다로 흘러가버리네요” 지난 5월 말께 진도 한 주민으로부터 걸려온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이 하소연은 진도 둔전저수지를 둘러싼 한국농어촌공사 전남 진도지사의 어처구니 없는 행정행위에 관심을 갖게 된 출발점이 됐다.

부끄럽지만 사실 이 전화를 받을 때만 해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되레 귀찮기도 했다. 보통 3~5월까지는 갈수기로 도서지역에서 가뭄은 늘상 있는 일인데 뭐가 문제란 것인가 하는 ‘성급한 일반화’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나름 낚시가 취미인 탓에 전남 지역 어지간한 저수지는 거의 다 돌아다녀본 경험까지 더해지다보니 더욱 그러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을 뭐가 문제란 것인가”하는 단정으로 까지 연결됐다.

하지만 막상 둔전지를 찾아가 눈으로 마주한 현실은 내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게 하는 회초리가 돼 돌아왔다.

진도 둔전지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바닥이 말라가면서 농민들 근심이 커졌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둔전지는 저수 면적만 80.41㏊이르고 저수량은 11만9천4t에 달하는 제법 규모가 큰 저수지다. 그런데 이 당시 둔전지는 바닥을 드러낸 채 쩍쩍 갈라져 있었다. 그 밑으로 수십 ㏊에 이르는 논에 물을 대야 했던 상황이라 마름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둔전지 약 1㎞ 아래 설치된 한 간이양수장에선 그 아까운 물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 채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2년전 마무리해야 할 양수장 관로 공사를 불과 40여m 구간만 남긴 채 농어촌공사 진도지사가 중단한 탓이다. 이유를 묻자 처음엔 “예산이 없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취재 시작 불과 사흘만에 진도지사측은 해당 공사를 급히 완공했다. 2년동안 지연된 공사를 서둘러 했다는 점은 또 다른 의구심을 낳는 계기가 됐다. 거의 매일 진도지사측 담당자와 진도군의 공사관련 취재에 매달렸다. 그러자 이젠 입을 닫고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이후 한달 이상 이 사건에 매달린 결과 내막은 처참했다. 표면적인 것은 예산 수백만 원이 모자라서 완공을 못했단 것이었지만 실상은 단순 무관심에서 비롯된 인재였단 사실이 감사를 통해 밝혀져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둔전지 공사를 담당한 진도지사 측 관계자에겐 불문경고 처분 조치가, 농어촌공사 본사측은 재발 방지를 위한 자구책 마련과 함께 사실상 전국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를 전수조사 하면서 일종의 경각심을 심어 줬다는 것이다. 다시한번 세상 모든 이치가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사를 준비하면서 함께 취재에 동참해주고 어렵고 힘든 고비때마다 든든하게 기사 방향을 잡아준 고광민 선배와 아낌없는 응원과 조언을 해준 김우관 중·서부취재본부장에게 다시한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광주고려인마을 우크라이나 난민보고서
광주는 ‘노벨 평화상’을 받을만 하다
김명식(사회부장·부국장)

김명식 부국장

지난 3월 1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우이 외곽지역에서 살던 최마르크(13세)군이 광주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최비탈리)를 찾아 대한민국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7일만이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의 ‘광주행 러시’서막이었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우크라이나 고려인 대부분은 광주로 향했다. 전쟁이후 입국한 고려인은 2천명(11월 30일 기준) 정도로 국내 고려인사회는 추정한다. 이 가운데 830여명이 광주지역사회의 항공료 지원을 받았고, 600명 이상이 광주에서 정착중이다.

고려인이 대거 광주에 오면서 ‘그들은 왜 광주로 올까’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미래는 어떨까’ 의문이 생겼다. ‘광주고려인마을 우크라이나 난민보고서’ 기획보도를 시작한 배경이었다. 같은 동포이지만 외국인인 고려인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했다.

보도이후 자치단체와 의회에서 지원방안을 공식화 해 보람을 느꼈다. 광주 광산구는 고려인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행정조직을 개편했다. 광주시교육청은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 송정도서관을 송정다가치문화도서관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기능도 확대했다. 광주시의회

지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난민이 된 고려인이 지역사회로 대거 유입되면서 고려인을 매개로 한 ‘글로벌 광주’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었다.사진은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광주고려인마을 홍범도공원에서 열린 고려인 추석 한마당 잔치 모습. 고려인 자녀들이 한복을 입고 공연을 하고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는 ‘이중언어교육 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중이다.

취재 과정에서 광주시민과 광주공동체의 의로운 정신을 새삼 확인했다. 전쟁터에 놓여진 고려인을 구하려는 항공료 지원 모금운동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순수 민간차원의 힘으로 전쟁 난민들을 조상의 땅으로 귀환을 돕는 건 세계적으로도 광주가 유일하다. ‘노벨 평화상’을 받을만 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광주시민들의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가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이다.

시인 정현종은 작품 ‘방문객’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고 노래했다.

정 시인의 표현처럼 고려인이 오자 연해주 항일 무장 독립투쟁의 역사와 한 맺힌 디아스포라 역사가 왔다. 그들의 삶과 문화, 예술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도 함께 왔다. 광주의 역사는 깊어지고, 문화예술은 풍부해지며, 미래는 한층 밝아진 것이다.

광주에는 고려인 외에도 동남아, 일본,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들이 다수 거주한다. 그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보고서’가 국적과 얼굴, 피부색이 다르더라도 그들의 삶과 역사가 공존하는 광주공동체 정착에 작은 밀알이 됐으면 한다.

함께 취재한 후배 기자들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많은 관심을 갖고 성원해준 박준일 사장을 비롯 남도일보 가족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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