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새순 줄기속에서 사는 특이한 녀석
줄기 한 가운데 연한 부분 먹는 속성 탓
햇볕에 노출되면 몸이 쉽게 말라 버려
자외선 영향 많이 받은 것으로 ‘추측’
발견 어렵지만 소나무엔 치명적 피해

 

 

사진-1 소나무 새순(2019년 6월16일, 벽송사)
사진-2 애기솔알락명나방애벌레(2019년 6월 16일, 벽송사)
사진-3 애기솔알락명나방애벌레(2019년 6월16일, 벽송사)
사진-4 애기솔알락명나방애벌레(2019년 6월16일, 벽송사)
사진-5 애기솔알락명나방(2019년 7월3일)
사진-6 애기솔알락명나방(2019년 7월3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를 나무 중의 나무로 여긴다. 어떤 민족이든 특정 나무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나무가 그들 삶에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민족은 소나무와 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을 치고 솔가지를 매달아 나쁜 기운을 막았고 소나무로 집을 짓고, 소나무 가지와 잎으로 땔감을 마련하고, 소나무로 음식을 만들고, 죽은 후에는 소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가 소나무가 있는 산에 묻혔다.

이런 소나무는 우리나라에 7천년 전부터 자라기 시작하였고, 삼국시대 신라의 눌지왕 19년에는 흉년이 들어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시대에는 집을 소나무로 짓고 앞마당에 소나무를 심어 소나무를 귀하게 여겼다. 조선시대 왕조실록에 의하면 태종 7년 각 도에 소나무를 심게 하고 남산에 20일 동안 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한양에 집을 지을 때 경기도와 강원도 소나무를 이용하게 하였으며 판옥석을 만들기 위해 금벌정책을 시행하고 조선후기에 안면도 등 소나무 숲을 조성하여 보호토록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소나무의 이름은 한자 송(松)에서 따온 이름으로 송(松)은 나무‘木’자와 공작을 뜻하는 ‘公’이 합쳐진 글자이다. 진시황제가 길을 가다가 비를 만났는데 소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게 되자 보답의 뜻으로 목공(木)에게 벼슬(公)을 내려 송(松)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한편으로는 나무 중에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수리’라고 부르다가 ‘술’로 바뀌었고, 오늘날의 이름인 ‘솔’로 변했다고 한다.

2019년 6월 16일, 함양군 마천면에 있는 벽송사를 찾았다. 지인으로부터 소나무 새순이 등산로에 많이 떨어져 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속이 비어있어 이상하다는 것이다. 당시 그곳 마천에서 활동하고 있던 닉네임이 ‘애벌레’인 야생동물 전문가 후배와 함께 벽송사 위쪽 산길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얼마쯤 가다보니 군데군데 소나무 새순이 널려 있다. 속은 다 비어 있는데 누구의 소행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조금 더 올라가니 더 많이 보인다. 그 중 하나의 새순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살짝 얼굴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줄기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천천히 줄기를 가르며 자세히 살펴보니 애벌레가 보인다. 유충머리는 적갈색이고 몸은 검다. 그런데 애벌레가 힘이 없어 보이고 금방 축 늘어져 버린다. 이 녀석만 그런줄 알았는데 다른 녀석들도 그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줄기속에서 연한 가운데 부분을 먹고 사는 녀석이라 햇볕에 노출되면 몸이 쉽게 말라 버리고 자외선의 영향을 받는 것 같았다. 수 없이 많은 연한 새순이 떨어져 있었지만 애벌레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몇 마리를 채집하여 연한 새순과 함께 서울의 허운홍 선생께 긴급 공수했다. 그분도 무슨 애벌레인지 몰라 일단 사육해 보신다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모든 애벌레가 다 죽어버린 것이다. 다시 벽송사로 달려가 더 많은 애벌레를 채집하여 다시 보냈다. 한 마리만 살아 남아 우화해도 성공이니 말이다.

2019월 7월 어느날, 허운홍 선생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왔다. 많은 녀석들중 한 마리가 번데기가 되었는데 우화했다는 것이다. 애기솔알락명나방이다. 애벌레일때는 동정하지 못했지만 어른벌레를 보고 동정한 것이다. 애기솔알락나방이 소나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애벌레 시기를 줄기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발견도 어렵지만 대량발생하여 소나무에 치명적 피혜를 입힌다 해도 마땅히 취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연구가 필요한 종이 아닐까?

다 자란 애벌레는 적당히 고치실 더미로 양쪽을 막은 후 우화할 구멍을 내어 놓고 번데기가 된다. 우화시기는 7월이며 어른벌레 앞날개는 적갈색과 흑갈색이 섞여 있다. 횡선은 흰색이며 아외연선은 바깥쪽으로 조금 휘었다. 내횡선과 아외연선 사이에 짧은 흰색 횡선이 보인다.

애벌레를 찾고 채집하여 보내긴 했지만 어렵게 사육하여 우화시키신 허운홍 선생의 노고에 다시한번 깊이 감사 드린다. 언제든 필요할 때 모든 자료를 기꺼이 내 주시는 너무도 고마운 분이기에 더욱 그렇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