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연(이야기연 대표)

 

정서연 이야기연 대표

신년이면 어김없이 세우는 목표 중의 하나는 바로 책읽기이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친숙한 강원국 작가의 연작인 ‘회장님의 글쓰기’는 사원 시절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그가 17년간 체득한 글쓰기 비법이 정제되어 있다.

책 제목에서 말한 ‘회장’은 누구일까? ‘회장’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모든 상사다. 작가는 회장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어떻게 말과 글로 표현하는지 자신의 경험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말과 글에 녹아있는 상사의 심리와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세해야 하는지 화답하는 대목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회장은 왜 말을 하고 글을 쓰는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실행하게 하는 것, 이것이 회장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본질적인 이유다. 설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 신뢰이다. 존경심이라고는 털끝만큼도 들지 않는 상사가 ‘지당하신 말씀’으로 설득한들 귀에 들어오겠는가. 상사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척할 뿐이다. 평소에 언행일치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설득의 기술이란 따로 없다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회장님, 존경받고 싶으세요?”란 대목에 눈길이 갔다. 작가는 존경받는 회장이 되는 방법으로 ‘잘 듣기’를 강조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말하는 데 3년, 말을 듣는 데 60년이 걸렸다”고 할 정도로 경청은 어렵다고 했다. 옛 선인들조차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이청득심· 以聽得心)’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외에도 묻고, 칭찬하고, 피드백하는 것을 존경받는 비법으로 제시했다. 내가 빛나는 대신 상대방이 돋보이도록 배려할 때 믿고 따르게 된다. 그가 회장이든 동료이든….

특히, 변화와 혁신을 부르는 소통은 작가의 깊은 통찰이 돋보인다. 변화를 도모하려고 할 때 ‘다수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이때 몇 사람만 불러서 조용히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뛰어들면, 주저하던 펭귄 모두 일제히 뒤를 따를 것이라는 주장은 기업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되는 경영 해법이다.

요즘은 스토리가 중요하다. 기업 영업 방식이나 기술과 제품, 즉 기업이 가진 가치를 친근한 이야기로 전달하는 일이 필요하다. 작가는 단어 하나의 힘에도 주목한다.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말과 글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로 ‘메시지 프레이밍(message framing)’이다. ‘구조조정’과 ‘혁신’의 차이, 그것이 말과 글의 힘이다.

글만 잘 쓰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말한 작가의 말을 곱씹어 본다. 글 이전에 생각이 있고, 말이 있다. 말과 글이 어우려져 소통이 되며, 관계가 만들어진다. 관계는 심리이며, 내 글을 읽는 사람을 잘 알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결국 말과 글, 소통, 관계, 심리는 한통속이라는 게 그의 논리이다. 이 부분이 기존 글쓰기 책과 차별화된 점이다. 이 책은 작가가 삶 전체로 쓴 글이다. 글쓰기뿐 아니라 말하기, 소통, 처세까지 세심하게 챙긴 ‘직장생활대백과’이다. 회장과 임원, 중간관리자, 직원들 모두가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이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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