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훈(광주NGO지원센터장)

 

서정훈 광주NGO지원센터장
서정훈 광주NGO지원센터장

세계는 지금 출생률 감소와 고령화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고 동네 산부인과 병원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평균수명이 계속 높아져 백세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길어지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으로가 더 걱정되고 막막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저출생 대응 정책을 놓고 아직도 우리 사회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 파동에서 보듯 정책적 방안을 놓고 혼선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바보 같은 짓이다. 답은 이미 명쾌하게 나와 있는 문제인데 말이다. “출산과 보육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몫이고 국가의 책임이다”라는 것이 명확화되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선진사례를 통해 이를 입증해 주었고 정책적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와 지자체가 보다 더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출산 장려정책을 펴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삶의 방식과 직결되어 있다. 단지 복지나 도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일자리와 생활문화적 측면에서 중대성을 지니고 있다. 당장 정년퇴직 후 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연금만 축내며 지내기에는 아직 젊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불안하게 이리저리 떠도는 도시의 우울한 얼굴들을 보라. 아직은 쌩쌩하게 의욕이 넘치는 이들에게 제2의 창조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일거리와 일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러한 도시의 기능과 역할이 곧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향후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위기의 재앙은 ‘2대 8의 법칙’을 낳게 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2할의 사람들이 왕성한 생산활동에 역할을 하게 되는 반면 나머지 8할은 잉여 인력이 되는 비정상의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 되면 8할에 해당하는 나와같은 존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비관적인 생각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문 앞에 제시된 현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AI시대 일자리 감소를 막을 수 없는 필연적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8할의 사람들을 사회적인 희망을 만드는 일에 나서게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의 8할이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게 할 것인가를 궁리해야 한다. 그들이 사회보장 혜택을 받고 소비를 진작시키며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심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정책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과 책임이 시민사회가 담당해야 할 몫이 된다.

고령화 시대에 케어팜이 대안으로 떠 오르고 있다. 치매 노인과 발달 장애인들이 농작물을 가꾸거나 동물을 돌보면서 치유와 재활서비스를 받게 하는 신개념의 돌봄 형태이다. 케어팜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복지기관, 지역공동체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말농장이나 도시 텃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여 일거리는 물론 일상에 지친 도시민의 삶에 치유와 힐링 공간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미 개별적 형태로 유지하는 농장들이 존재하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실험적 측면에서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가 충분한 검증되고 필요성이 제기되면 이를 도시기반 시설 차원에서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즉 지자체가 공유지와 도시주변의 유휴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서 주민들에게 제공, 장려하는 방안이다. 삶에 지친 대다수의 도시인들은 농업을 통한 사회적 치료의 필요성에 쉽게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참여를 갈망하고 있을 것이다. 그린환경, 치료농업 그 자체로 효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동체 형성이라는 좋은 생각을 이미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적 팜(Social farm)의 정착을 위한 지자체의 정책적 의지와 지원이다. 그리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민간의 마인드이다.

도시 텃밭은 시민들의 ‘일거리와 힐링’을 동시에 제공하는 행복의 원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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