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태(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윤원태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윤원태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화석연료 문명이 지구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기후위기를 초래하면서 청정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이 거세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 전환의 중심에는 2050 탄소중립 정책이 있다. 그런데 ‘2050 탄소중립’이란 용어는 어떻게 탄생 되었을까?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195개국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파리협정 (Paris Agreement)을 채택하였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게 지구온난화 1.5℃ 목표의 과학적 근거 마련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IPCC는 2018년 10월 우리나라 인천에서 개최된 제48차 IPCC 총회에서 2100년까지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최소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 순 제로(Net-zero)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승인하였다. 2050 탄소중립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 말, 규제 중심의 교토의정서 체제가 막을 내리고 2021년부터 파리협정에 의해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LEDS)과 자발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 무장한 신기후체제가 출범하게 되었다.

탄소중립이란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과 흡수·제거되는 탄소의 양을 같게 만들어 순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중립은 배출을 흡수로 상쇄하는 경제학적인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탄소 총배출은 연간 목표량을 설정하고, 측정, 지표화해서 관리하는 총량제로 운영된다. 즉, 봄에 가뭄이 심해도 여름에 폭우가 쏟아지면 연평균 강수량은 정상인 것처럼 탄소를 많이 배출해도 흡수·제거하면 총배출량이 제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이다. 흡수한 만큼 배출의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쇄의 논리에는 행위의 시·공간성이 결여되어 있고, 상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순수한 대기오염의 문제성이나 가치, 우선순위가 무시되고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환경을 오염시킬 권리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의 주된 배출원은 에너지 부문이며, 이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배출총량의 87%에 달한다. 2017년에서 2019년까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각각 7.09, 7.28, 7.14억 톤 이었고 흡수량은 각각 0.425, 0.42, 0.396억 톤 이었다. 흡수량은 대략 4천만 톤으로 매우 적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유일한 지름길은 산업과 에너지전환이다.

우리나라는 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30%에 육박하며,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업종이 주력 수출산업이자 제조업 기반 유지에 필수적인 국가핵심산업이다. 탄소국경세 도입의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기존의 온실가스 다 배출 공정으로는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고탄소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화석에너지의 비중을 사실상 ‘0’으로 만들어야 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현재의 에너지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는 가치와 윤리, 그리고 분배에 목적을 둔 공정과 정의가 퇴색되지 않아야 한다. 전환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실업이 발생하고, 기업이나 산업 간 대응 차이가 발생하며, 지역 간의 불균형 또한 발생하게 될 것이다. 공정전환의 핵심은 완충작용이다. 공정전환은 이러한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취약부분과 산업간, 지역 간에 발생하는 대응 차이를 평등이 아닌 형평성에 근거하여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전환과정에서 지자체나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대하여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게 하고, 전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취약 부분을 지원하여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에는 3년째 지속되던 라니냐가 종료되고 여름에는 반갑지 않는 손님 엘니뇨가 찾아올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는 해에는 전 지구적으로 이상기상 현상들이 나타나고 기온이 상승한다. 이렇게 되면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폭염과 폭우 등 악기상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악기상은 재해를 야기하고 재해는 인명과 재산의 손실로 이어진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화석연료 문명시대를 마감하고 청정에너지 사회로의 공정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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