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전라남도의회 의장)

 

서동욱 전라남도의회 의장

전남도의 지방소멸 상황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 개발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은 소멸 위기지역 총 59곳 중 무려 13곳이 전남지역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특히, 지방소멸위험지수 0.5 미만인 신안과 구례의 경우 인구 유입 등 극적인 전환의 계기가 없다면 약 30년 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남지역 초등학교 471곳 중 49곳에는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었다. 이 중 2년 연속 신입생이 0명인 학교는 16곳에 달한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과 경제력의 절반을 독점하는 상황, 수요에 따른 냉혹한 시장논리가 전남도 곳곳에 적용되며 지방소멸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부 군 단위 소멸과 함께 도 자체 기능에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하는 의회’, ‘공부하는 의회’를 표방하는 제12대 전남도의회는 지난해 결성된 의원 연구단체인 ‘지방소멸 위기대응 정책연구회’를 주축으로 인구절벽 극복을 위한 복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간담회와 토론회 등 의견 나눔의 장을 활발히 마련하는 한편, 실효성 높은 정책 발굴에 전력하며 궁극적 해법 모색에 나서고 있다.

나름의 성과도 있다. 최근 지방소멸 위기대응 정책연구회는 ‘전라남도 농산어촌 유학 활성화를 통한 인구유입 정책연구’의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농산어촌 유학 실태와 유학제도 개선사항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더 효과적인 전남 인구 유입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전남 농산어촌 유학사업은 전남의 혁신 교육과 친환경 여건을 결합해 침체된 농촌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부흥시키고자 추진되고 있다. 6개월 이상 전남으로 전학을 와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 온마을 돌봄을 연계한 생태·환경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2022년 2기 전남 농산어촌 유학생을 모집한 결과 서울을 비롯해 경기·광주·인천·부산 등 전국에서 200가구, 총 304명의 학생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업을 시작했던 2021년 1기 82명에 비해 1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주거와 교육을 지원하는 농산어촌 유학이 전남 인구 유입의 상생 전략으로 유효하게 발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라남도 농산어촌 유학 활성화를 통한 인구유입 정책연구’에는 장성군, 고흥군 등 지역별 릴레이 토론회를 통해 청취한 현장의 목소리와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얻은 고견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특히, 지방소멸 위기대응 정책연구회는 연구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전라남도와 전라남도교육청의 협업체계 구축,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활용한 농어촌 지원정책 패키지 사업 추진, 서울에서 전남으로 유학올 경우 2회째부터는 전라남도에서 100% 지원하는 방안 등 적극적 정책 제언에 나서고 있다. 인구문제의 다양한 방향성 정립에 기여하고 결과적으로 더 실효성 높은 정책을 발현코자 부단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농산어촌 유학만이 인구증대의 완벽한 해답이라 할 수 없다. 근본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반도체, 우주항공, 2차전지 등 첨단 전략 사업에 대한 투자·유치로 일자리 창출을 지속적으로 도모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귀농·귀촌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정착지 특성을 반영한 지역별 자율 프로그램 지원 등 유입인구가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 확립에도 충실해야 한다. 12대 도의회는 추진사업에 대해 집행부와 적극 협력하는 한편 추진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며 안정적 정주여건 확립에 더욱 힘쓰겠다.

반복된 도전과 시도, 그 촘촘한 노력이 모여 결국 진일보한 정책이 완성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트릴 변화의 시작점을 만드는 우리의 노력이 하나의 씨앗이 되어 새로운 역사를 여는 변곡점으로 발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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