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호남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김은성 호남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김은성 호남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하얀 도화지 한가운데에 크고 둥근 지구가 자리를 잡고 보란 듯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 아래 단 여섯 글자가 그림을 설명한다. ‘지구가 아파요’. 초등학교 시절 한 번쯤은 백일장이나 사생대회 등을 통해서 표현했던 막연한 주제가 아닌 현실이 되었음을 알아야 하는 기후 위기는 어쩌면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우리는 경고와 같은 신호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알고도 외면했던 적도 있다. 그저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데에만 급급해 지구가 아픈 이유에 필자를 비롯한 현재의 우리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9위의 최저기온을 기록한 엄청난 한파를 겪은 한국과 한겨울에도 영상 10도 이상을 유지해 갑작스러운 한파에 대비한 난방시설이 부족해 저체온증으로 이틀 사이에 99명이 사망했던 대만, 역대급 혹한과 폭설·강풍으로 64명이 목숨을 잃고 180여만 가구에서 전기가 끊기거나 눈보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비된 미국. 이 모두 이번 겨울에 우리가 겪은 일이며 극한의 추위와 눈보라로 알린 지구의 외침이었다.

추위뿐만이 아니다. 설원을 가르며 스키를 탈 수 있는 스위스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1월임에도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해 결국 운영을 중단한 스키장이 있었고, 영국은 지난여름, 관측 이래 140년 만에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가장 더운 여름을 보내기도 했다.

‘역대급 한파’, ‘여름철 살인적 폭염’, ‘한겨울 이상고온 현상’ 모두 우리가 최근 6~7개월 사이에 겪은 일들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비정상적인 날씨를 겪은 것이다. ‘비정상’을 넘어 ‘재난’이 되어버린 날씨가 이제는 그만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려준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치기 위한 지구의 경고는 충분했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 위기를 막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늘 움켜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의 이야기도 공포를 자극하기보다는 희망의 근거를 찾고 작은 움직임부터 시작해보고자 하는 변화의 첫 발걸음을 떼고자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이상 기후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인 우리는 어느 것 하나 잃지 않으려는 욕심으로 차마 ‘실천’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개인용 컵, 손수건, 장바구니 등을 이용하고, 자동차 사용을 줄이기 위해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 카셰어링을 이용하고, 옷 소비를 줄이기 위해 나눔을 하거나 리폼을 하고, 온라인 소비로 발생하는 포장, 유통 등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포장을 최소화하거나 비닐 대신 종이 포장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기업을 주로 이용하는 것들이 우리가 알면서도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어 실천하지 못하는 사소한 일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지금껏 취했던 것들과 잃었던 것들을 바꿔볼 차례다. 우리가 누렸던 양손의 자유로움을 잠시 내려두고 아침 출근길에 마시는 일회용 컵의 커피 대신 개인용 컵에 커피를 담고, 장 보러 가는 길에 장바구니 하나 더 챙기며, 가까운 거리는 기꺼이 내 튼튼한 다리의 힘을 빌어보자. 우리가 잃어야 할 것은 우리가 딛고 살아갈 지구가 아니라 ‘찰나의 편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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