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 이상 민가서 300m 이하’
규제 일변도 행정절차 ‘지뢰밭’
고질적 주민집단 민원도 발목
공공·민간시설 추진 매번 좌절
매장 등 불법 난무에 속수무책
市 “이달 중 용역에 나설 예정”

 

광주 광산구 양동 반려동물 화장장 건축 심의가 열린 지난해 9월 22일 광산구청 앞에서 광산구 삼도동 주민자치위원회 등 주민 50여 명이 화장장 설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광주지역 반려(伴侶)동물 수가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사정이 이런데도 동물 사체를 처리할 장묘시설은 한 곳도 없어 매장 등 불법행위가 성행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광주시가 뒤늦게 공공 동물장례식장 추진에 나설 예정이나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돼 성사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15일 남도일보 취재 결과 작년 말 기준 광주 5개 자치구에 등록된 반려동물의 수는 2019년 4만4천421마리에서 2020년 5만296마리, 2021년 6만4천188마리, 지난해 7만2천129마리(전체 반려동물 10만1천412마리의 71.1%)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반려동물 등록률이 저조한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개체 수는 지자체가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때문이다.

문제는 반려동물 개체 수 증가에 비례해 죽은 반려동물 수도 점차 늘어 동물 사체 처리에 관심을 둬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려동물 장례시설 설치가 어려워지면서 반려동물 사체 처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위생적으로 처리되기 보다는 무단으로 매장하거나 무단 투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인 사실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는 반려인에 있어서 언제가 찾아오는 당연한 절차인데도 전국적으로 70여 곳에 달하는 동물장례식장이 광주에서는 전무한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행법은 반려동물이 생명을 다하면 그 처리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생활폐기물)에 넣어 처리하거나 동물병원에서 소각(의료폐기물), 등록된 장묘업체에 화장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토록 하고 있다.

반려동물 가족의 정서상 가장 선호하는 장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왕복 2시간 안팎 걸리는 인근 전남 여수나 함평, 전국 유일의 공설시설인 전북 임실까지 원정을 가야하는 불편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당연히 시민들 사이에 동물장묘 시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추모시설인 동물장묘업을 혐오시설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부른 집단민원과 소송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18년에 이어 지난해 민간업자가 광산구에 동물장묘시설을 추진했다가 인근 주민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해 좌초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적으로 10여 곳에서 장묘시설 설치를 놓고 주민과 민간업자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민원이 원인이다.

동물보호법 제33조는 ‘20호 이상의 인가 밀집지역, 학교,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300m 이하 떨어진 곳’으로 한정하고 있다. 사실상 인구가 밀집된 도시권에서 추진은 거의 불가능하게 빗장을 걸어 잠근 꼴이다.

여기에 규제 일변도의 각종 법률도 시설 추진을 막는데 지뢰밭 역할을 하고 있다. 민간 또는 공설 동물장묘업 건립을 위해서는 ▲장사 등에 관한법률 제17조(묘지등의 설치제한)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6조(용도지역의 지정) ▲건축법 시행령 제3조의5(용도별 건축물의 종류) ▲대기환경보전법 제16조(배출허용기준)에 따른 수 많은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동물장묘업 시설 건축과 영업 인·허가 부서는 구청이나 민원을 우려한 구청장들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동물 장례시설 부재를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까다로운 절차는 광주시가 민선 7기 때 전 동물 장묘시설을 추진했다가 포기한 점에서 드러나듯 ‘설치를 막기 위한 장치’라는 비판을 부르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런 결과로 동물 장례식장이 없는 틈을 타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의 사체 처리 과정에서 불법이 난무할 수 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11일 최근 5년 이내에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소비자 1천 명을 상대로 전국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확인시켜 준다.

당시 설문에서 반려동물 사체처리 방법으로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했다’는 응답이 41.3%(413명)로 가장 많았고 반려동물 장묘시설(업체) 이용(30.0%), 동물병원에 처리 위탁(19.9%),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5.7%), 기타(3.1%)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동물사체의 매장 또는 투기가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반응도 45.2%(452명)나 된다.

광주시도 동물장묘시설 부재에 따른 심각성을 우려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시 관계자는 “광주에 한 곳 정도는 장묘시설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르면 이달 중 공공 동물장례식장 설치를 위한 용역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설의 현실화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을 예고하고 있어 시의회와 시민단체, 해당 자치구 등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일 기자 jip@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