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목포·3월 2일 서울…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5번 연주
서울 공연에서는 목포 출신 피아니스트 박연민 협연

 

목포시립교향악단./목포시향 제공

“나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다. 오스트리아인 사이에서는 보헤미안, 독일인 사이에서는 오스트리아인, 전 세계인 사이에서는 유태인이다.”(구스타프 말러)

전남 목포시립교향악단이 창단 40주년을 맞아 23일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 대극장과 3월 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각각 특별연주회를 갖고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5번’을 연주한다. 삶을 위해 타지에서 모여든 이주민들로 시작된 도시 목포의 특수성을 반영한 선곡이다.

탁월한 지휘자이기도 했던 말러는 각 악기의 특성을 파악해 인원을 적절하게 배치하며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작곡가다. 특히 5번 교향곡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감정이 요동치는 데다 구성도 치밀해 말러 교향곡 중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힌다.

말러가 1901년 장 출혈로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이듬해 19세 연하의 알마와 결혼하면서 겪은 고통과 환희의 경험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어지는 작품 흐름에서 감지된다. 3악장을 기점으로 어두웠던 전반부와 환희로 가득찬 후반부로 나뉘는데, 이는 말러가 인생의 한복판에서 느낀 극단의 고통과 그 끝에 찾아온 환희의 순간을 극적으로 그려낸 부분이다. 4악장 ‘아다지에토’는 아름다운 선율로 유명해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 등 여러 영화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정헌 목포시향 6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목포시향 제공

이번 연주회 지휘를 맡은 정헌 목포시향 6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은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유학 중 남서독일 필하모닉 콘스탄츠, 헝가리 사바리아 심포니 등을 지휘한 바 있으며 귀국 후 서울시향을 5회에 걸쳐 객원지휘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2014년 빈 국제 음악제의 지휘 부문 콩쿠르에서 입상한 이력이 있는 젊고 실력 있는 음악인으로 지난 2021년 4월부터 상임지휘자로 목포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헌 상임지휘자는 “40주년 기념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우리 교향악단과 잘 어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곡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일제강점기 때의 혼돈의 중심에서 살아가고 있는 목포시민과 예술가들의 애환을 기억하며 말러교향곡 5번 1악장의 장송행진곡을 시작으로 마지막 5악장의 승리와 환호의 코랄로 대미를 장식하겠다”고 밝혔다.

정헌 상임지휘자는 “목포는 항구도시로 1897년 자유개항 후 물류와 문화가 목포항을 통해 유통되고 재생산됐다”며 “삶을 위해 타지에서 모여든 이주민들로 시작된 도시, 그것이 목포가 가지는 특수성이고, 이런 점이 말러의 정체성과 유사점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경제·문화적으로 부유했던 황금기에 말러는 거리악사들의 노래·민요·군대음악·아이들 놀이음악, 서민들의 춤곡들을 주로 사용했다”며 “말러는 교향곡 5번에 대해 ‘고딕 성당과도 같이 가장 높은 형태의 질서와 조화 속에 여러 혼돈들이 함께 표현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목포는 품바의 발상지이자 근대가요·재즈의 시초인 이난영, 극작가 김우진, 차범석 등 문화예술을 꽃 피웠던 곳”이라며 “목포와 말러 교향곡 5번이 정서적 동질감을 이룬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박연민

특히 서울 연주회에서는 목포 출신 피아니스트 박연민(32)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 K.271 ‘죄놈’ 협연도 감상할 수 있다.

2021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 우승에 이어 지난해 리스트 위트레흐트 콩쿠르에서 공동 2위에 올랐던 피아니스트 박연민이 국내 연주회의 시동을 건 것이다.

그의 연주 세계에는 아담한 연못 같은 섬세함과 폭풍우처럼 휩쓸고 지나가는 해일 같은 에너지가 공존한다.

“음악을 상상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악보를 보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이렇게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스토리텔링을 구체화시킨디. 그런 아이디어를 모으고 피아노 앞에서 그걸 익힌다. 피아노 치지 않을 때 곡에 푹 빠지는 시간도 중요하다”

밥 먹는 것도 잊고 연습에 열중할 때가 많지만 연습을 거듭해도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박연민은 그냥 놓아버린다. 조바심을 가지면 더 안 되니 음악을 듣거나 필라테스를 하거나 안 가봤던 곳들을 가보며 전환의 시간을 갖는다.

“다른 사람 같으면 포기할 어려운 도전들도 일단은 해본다. 어려운 곡들,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로운 일을 처음 할 때도요. 무모한 도전이 저를 여기까지 밀어주었던 것 같다. 언젠가 우주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웃음)”

취미로 목포의 피아노 학원에 다니다 원장의 권유로 서울 선화예중으로 유학을 간 것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박연민은 초등학교까지 목포에서 경험했던 쑥꿀레(떡과 앙금, 조청을 버무린 음식)와 떡볶이·유달콩물·해산물 등이 지금도 생각나는 ‘목포의 맛’이라고 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중학생 때부터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반주 아르바이트를 했다. 선화예고를 거쳐 서울대에서 아비람 라이케르트에게 배울 때까지 “평생 이렇게만 살 것 같았다”고 박연민은 얘기한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2014년 제40회 중앙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더 큰 도전을 꿈꾸게 됐다.

이후 하노버 국립음대 유학시절은 스승 베른트 괴츠케로부터 피아노의 본질, 연주의 본질을 배우며 음악가로 성숙하는 시간이었다. “독일 유학 이후 내는 소리 하나에서부터 음악을 이해하는 것까지 많은 점들이 바뀌었다”고 했다. 오는 3월 하노버 국립음대를 졸업하면 교육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2월에는 KBS클래식FM의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진행하는 ‘KBS음악실’에서 ‘살롱 드 피아노’ 코너에 고정 출연하며 직접 연주와 해설을 선보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도전할 수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시작은 늦었지만 끝은 제가 정할 수 있다. 새로운 걸 계속 경험하고 음악가로서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박연민의 포부다.

한편 1983년 창단한 목포시립교향악단은 전남 유일의 시립교향악단으로 125회의 정기연주회와 650여회의 특별 연주회를 개최했다. 매년 4회의 정기연주회와 갈라콘서트, 가곡의밤, 협주곡의밤, 찾아가는 음악회 등 30여회에 달하는 기획연주회를 통해 목포시민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며 호남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 성장했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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