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태(前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윤원태 前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윤원태 前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지구의 평균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재난 수준의 악기상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겨울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남부지방의 가뭄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가뭄의 원인으로는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이른바 ‘트리플 딥 라니냐’가 지목되고 있다.

라니냐 현상은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적도 부근 열대 태평양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태양에너지가 유입되는 곳이다. 평소 적도를 따라 무역풍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고 있어서 표층의 따뜻한 해수가 서쪽으로 몰려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동태평양 보다 높은 분포를 보인다. 그러나 라니냐 시기에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더 낮아지고 무역풍은 평소보다 더 강하게 불게 된다. 이에 따라 동남아와 호주지역에서는 폭우가 자주 내리고,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은 가뭄이, 그리고 대서양에서는 폭풍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우리나라는 대체로 여름철에는 강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기온은 하강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구는 71%가 물로 덮여 있어 수구(水球)라고도 하는데,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는 홍수(44%)이다. 바닷물이 점점 따뜻해지면서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하여 대기로 유입되고, 대기에서는 수증기의 응결이 촉진되어 폭우성 비가 더욱 자주 내리게 된다. 또한 폭우가 자주 내리게 되면 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기화-응결-비’로 이어지는 물순환 시계가 빨라지게 된다. 지구상의 모든 종은 이러한 물순환 시계에 맞추어 진화해 왔다. 먹이사슬의 맨 상위에 있는 인간은 물순환 시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농사의 시기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지구에는 인간 이외에도 수많은 종이 서로 의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물순환 시계에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하게 되고 이는 곧 종 다양성의 손실로 이어진다.

기후위기 시대 바다의 역할은 무엇일까? 바다는 대기의 열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바다가 고장이 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온실가스로 인해 대기의 온도가 상승하고 많은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대기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결국 이렇게 발생한 에너지의 93%는 바다에 흡수되면서 바닷물을 데우는데 필요한 해양열용량(Ocean Heat Content)을 급속히 증가시킨다. 이러한 해양열용량의 증가는 해수 온도 상승과 대기 중 수증기의 증가로 이어져 전 세계적인 이상기상현상을 초래한다. 또한 해수 온도의 상승은 빙원을 녹이고, 바닷물의 부피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해수면 상승과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이어진다.

또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배출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1/4가량은 바다가 흡수하고 있다. 과도하게 축적되고 있는 열과 이산화탄소로 인해 바다는 빠른 속도로 산성화되어 갯녹음 현상 등으로 해양 생태계가 무너지고 바다의 탄소흡수력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결국 이산화탄소와 해양열용량의 증가는 해수면과 온도 상승, 해류의 흐름, 태풍 발달 등에 영향을 끼치면서 지구 전체 기후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트리플 딥 라니냐가 끝나면 가뭄 등 재난도 끝날까? 이번 케이스는 다르다. 올해는 라니냐가 끝나면서 바로 엘니뇨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이는 또 다른 재해를 의미한다. 이 모두는 일차적으로 해양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이다. 바다와 대기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기상현상들이 나타나며, 바다 상태의 변동 폭이 크면 클수록 기상의 물리적인 증폭 현상 또한 크게 나타난다. 올해 만약 태평양의 상태가 급격하게 라니냐에서 엘니뇨로 바뀐다면, 엘니뇨의 가열 효과로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폭염이나 폭우 등 기상현상의 변동 폭 또한 매우 크게 나타날 것이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기후변화는 국내외적으로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지난 200여 년 동안 인류에게 전에 없던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야누스의 얼굴처럼 심각한 기후위기를 가져왔다. 따라서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에너지와 산업의 전환이다. 화석연료 문명을 마감하고 청정에너지 사회로의 전환만이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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